맹정주 < 강남구청장 imjmaeng@naver.com>

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10월 한 달 동안 전국적으로 1000여개의 지역축제가 열린다. 적지 않은 축제가 천편일률적이거나 지나치게 전통성을 중시한 탓에 과거지향적이다. 강남 댄스 페스티벌은 그런 지역축제의 한계를 극복해보고자 개발한 비장의 전략 아이템이었다.

예전에는 춤하면 '춤바람'이라고 해서 춤에 대한 시각 자체가 부정적이었다. '춤'하면 탈선한 중년 여인과 '제비족'의 이야기를 흔히 머릿속에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요즘은 아예 춤을 일종의 레저와 스포츠로 인식하고 '댄스스포츠'라는 말까지 나온다.

강남구 축제로 '댄스 페스티벌'을 열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좀 뜨악했다. 나는 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했고,개인적으로도 '춤치'일 정도로 춤에 소질이 없다. 노래방 같은 곳에서 억지로 춤을 춰보라고 떠밀릴 때도 어색하게 몇 번 흔들다 만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춤에 대한 나의 이런 생각이 바뀐 것은 작년 제1회 강남 댄스 페스티벌을 치르고서였다. 나는 폐막식 자리에서 '춤을 통해 화합을 다질 수 있는 무용올림픽으로서'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최근 막을 내린 제2회 춤축제도 대성황이었다. 주최 측도 놀랄 정도로 참가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국내 187개팀을 비롯해 브라질 콜롬비아 미국 스웨덴 호주 중국 일본 이탈리아 몽골 등 해외 23개 나라에서 280명의 전문 무용단이 살사,리듬체조,발레 아크로바틱,매직,자이브,라틴 등 다양한 부문에서 열띤 경연을 펼쳤다. 축제의 절정은 둘째날 영동대로에서 열린 거리축제였다. 프로무용수 1000여명의 화려한 댄스 퍼레이드를 선두로 경연대회 참가자,26개 동 주민과 도로변 관객 등 7000여명이 거리를 꽉 메우며 하나로 어우러지는 장관을 연출했다.

"감동…그냥 가슴에 어떤 파도가 확 밀려오는 느낌입니다.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정열 그 자체예요. 너무 떨리고 감동적이라 말로 표현 못 하겠어요"라는 주민들의 거리 인터뷰를 보며 축제가 뿌리내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즈음 국내외 경제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우울하다는 사람들도 많다. 자살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어려운 때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어우러진 댄스 페스티벌이 기운을 북돋우고,고달픈 삶의 어려움을 잊게 하는 청량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 축제에는 모든 서울시민,아니 세계시민의 참여를 기대해본다. 춤으로 하나가 되는 세상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