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에머슨시 패스캑밸리 쇼핑센터에 있는 체인점 '마샬'.중저가 의류 및 신발 등을 판매하는 이곳은 휴일인 18일 오전 11시(현지시간)쯤인데도 주차장이 썰렁했다. 700평 남짓 되는 매장에 들어가봐도 고작 20여명이 한가하게 물건을 고르고 있다.

인도계 점원인 에이넘씨(23)는 "지난 여름부터 판매가 시원치 않았는데 최근 들어 손님이 더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도 문제지만 내년이 더 걱정"이라며 "당장은 가격 할인을 통해 버텨볼 수 있지만 내년에는 매출이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및 주가 하락과 경기침체로 미국 서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은행장은 지난 17일 마리안대학 연설에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타격으로 생산과 소비,그리고 노동시장 모두 내년에 매우 저조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에번스는 "주택시장이 계속 위축되고 있다"면서 "전 세계가 2차대전 이후 유례 없는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9일 미 20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택시장 침체가 바닥에 도달하기까지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 주택값이 내년에 10%가량 추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 가격은 2006년 7월 정점 때에 비해 이미 20% 정도 하락한 상태다.

이처럼 금융시장과 주택시장 혼란 영향으로 최근 우선 소비부터 줄이고 보자는 풍조가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때문에 백화점 쇼핑몰뿐 아니라 레스토랑과 델리 등의 매출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맨해튼 8애비뉴와 34가 사이에 위치한 케이시델리는 10월 들어 일주일 매출이 7000∼8000달러가량 줄어 임대료를 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여주인 케이시씨(45)는 "지난해 9달러이던 식용유값이 27달러로 뛰는 등 원부자재값은 급등했는데 매출은 20% 이상 감소해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평균 15달러 정도이던 손님 1인당 판매액이 최근 들어 12달러로 떨어지는 등 샐러리맨들조차 소비를 줄이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맨해튼 식당가도 경기침체 영향을 받으면서 근처 식당 주인들이 매출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며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임대 계약이 끝나는 내년 5월 가게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의류 식품 등 생필품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보석상 네일숍 등은 상권 자체가 붕괴될 정도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뉴저지 사우스에서 은 주얼리(보석) 공장을 하는 데이비스 신 사장은 "맨해튼 일대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주얼리 사업은 이미 고사했다"며 "월 평균 800여건씩 들어오던 주문이 요즘은 50건도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은 주얼리는 주로 흑인과 멕시칸들이 애용해왔는데,최근 경기침체 영향으로 이들이 구매를 중단한 데 따른 현상이다.


주얼리숍이 몰려 있는 맨해튼 47가와 5애비뉴 근처 다이아몬드 55번지 건물에는 아예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가 늘고 있다.

뉴저지 일대에서 한국 교포들이 많이 하는 네일숍들도 경기침체 영향으로 매출이 절반 이상 급감해 존립 자체가 어려워졌다. 퀸스에서 4년째 네일숍을 한다는 베키 강씨는 "요즘처럼 손님이 없기는 처음"이라며 "단골 고객들조차 최근 들어 발길을 끊었다"고 전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