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

8년 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한 배우 황정민씨(38).오는 24일부터 11월30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되는 '웃음의 대학'에서 주연을 맡은 그는 "대본이 잘 짜여져 있어 일부러 웃기려 하지 않아도 관객들이 미소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작품 속에는 작가의 웃음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웃음의 대학'은 일본 극작가 미타니 코우키의 작품으로 국내 초연작이다.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모두가 웃음을 잃어버린 시대에 웃음을 전할 작품을 공연하기 위해 검열을 신청한 작가와 희극 따위는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냉정한 검열관의 이야기다.

황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배우로 이름을 먼저 알렸지만 극단 '학전' 소속으로 연극과 뮤지컬에서 기본기를 닦았다.

그는 "영화를 감독의 예술이라고 한다면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비교했다.

그가 맡은 역은 시대 자체가 비극인 그 시절,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픈 희극작가. 검열관 역으로 나오는 송영창과는 처음 호흡을 맞춘다. 1940년대가 배경이지만 1980년대 격변기를 겪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우리도 1980년대 격변기 때 많이 겪었던 이야기지요. 검열관과 작가의 관계를 떠나 결국은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게 돼요. "

검열실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데다 등장인물도 두 명뿐인데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부담감은 없어요. 뮤지컬이든 영화든 연극이든 연기는 다 똑같은 거라 생각합니다. "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 고등학생 때부터 빨리 마흔이 되고 싶었다는 그는 "어느새 마흔을 눈앞에 두고 보니 앞으로도 10년은 더 익어야 할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작품에 모든 것을 거는 고지식한 극중 작가와 연기를 평생 업으로 생각하는 배우가 꼭 닮았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장미향 인턴(한국외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