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대처 ‥ 비상계획 미흡 ‥ 비효율적 의사소통


미국 금융위기는 '카트리나' 참사의 재판(再版)인가.

미국발 금융위기는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와 유사하다고 CNBC방송 인터넷판이 지난 16일 보도했다. '카트리나'로 수많은 가옥이 침수돼 살 집을 잃은 것처럼,금융위기로 미 경제가 '물 속에 잠기면서' 미국인들은 주택압류로 집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미숙한 대응은 '카트리나' 때와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너무 늦게 대처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조차 없었으며,비효율적인 의사소통으로 미숙한 리스크관리 능력을 또다시 보여줬다는 것이다. CNBC는 미 정부가 이번 금융위기를 잘 다루고 있는지를 묻는 인터넷 설문에서도 7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위기가 오는 걸 몰랐다는 것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해 5월만 해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여파가 금융시스템이나 다른 경제부문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난 9월에는 "7000억달러 구제금융안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에도 영향을 주는 심각한 위기라는 불을 끄기 위한 비상대책"이라고 말을 바꿨다. CNN은 이를 두고 미국 지도부가 위기가 오는 걸 몰랐으며 그 대신 문제가 없다는 점만 반복해서 국민들에게 설득시키려 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뒤늦은 대응책은 일관성을 잃었으며,비상계획이 준비돼 있지 않아 시장 신뢰를 얻는 데도 실패했다. 닐 리빙스톤 이그제큐디브액션 회장은 "누군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미국 정부는 그런 계획이 없었던 것 같다"며 "시작할 때부터 발을 잘못 디딘 것이 갈수록 문제를 키웠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몬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도 "정부와 의회가 나태한 자세로 의사결정을 내려 금융위기를 연장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소통도 효율적이지 못했다. '번스타인 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의 조너선 번스타인은 "정부 지도자들이 솔직하고 체계적이었다면 피해가 지금보다 훨씬 더 적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에 경제자문을 제공했던 로런스 화이트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내게 7000억달러짜리 백지수표를 끊어주고 믿어주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구제금융안의 취지를 국민과 의회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리스크관리 전문가들은 미 지도부가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도 문제라고 전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