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여전히 최선의 경제체제"
금융위기는 운용의 실패일뿐 … 결점 있지만 규제완화 계속돼야

"그래도 자본주의는 최선의 경제체제다. "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하며 각국 정부의 시장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자본주의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그것을 지켜야만 한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Capitalism at bay.10월16일자)' 기사에서 주장했다.

개인의 경제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고 국가의 간섭을 가능한 한 배제하려는 자유방임주의는 30여년 전 영국 대처 정부와 1980년대 미국 레이건 정부가 도입한 이래 세계 각국 정부 경제정책의 주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의 탄생지인 영국에서는 신용위기에 처한 은행들이 부분 국유화되고 있고,미국 정부도 2500억달러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은행 주식 매수에 투입했다. 유럽연합(EU)은 금융감독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뿐만 아니다. 정부의 개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시장의 자기조절 능력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제 '레세이페어(laissez-faire,자유방임)'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자본주의는 과거에도 위기를 겪은 적이 있고,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을 계기로 자본주의를 좀 더 잘 운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에도 단점은 존재하지만 지금까지 인간이 고안한 최선의 경제체제이며,지금의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의 실패라는 것이다.

이 잡지는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구제금융이 정치적 관점에서 집행돼서는 안되며,해당 은행의 임원이나 주주들을 보상하는 데 집중돼서도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이번 구제금융은 이념적 문제가 아닌 실용적 문제이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각국 정부가 은행주를 사들이고 있는 이유는 시장의 원활한 자금흐름에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잡지는 그러나 정부의 규제는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 금융의 실패는 규제 완화의 탓이 아니라 정책의 실패와 금융계의 무리수가 결합된 초강력 태풍이었다는 주장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주택시장의 거품을 무시하고 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낮게 유지했으며,낮은 통화가치를 고집한 중국의 결정으로 자금의 물결이 미국에 집중된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자본주의는 결국 스스로를 수정하며 위기를 겪고 나면 투자자들이나 규제당국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구제금융이 잘 처리되면 납세자들은 결국 이익을 얻을 수도 있고,정부는 새로운 교훈을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