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비전만 있다면 팀내 문화적 차이는 문제가 안 됩니다. 팀내 다양한 문화는 오히려 자산이 되죠.다국적팀이 혁신을 만들어 내는데 훨씬 유리합니다. "

지난 7일 영국 런던에서 만난 인재관리(HR)의 대가인 린다 그래튼 런던비즈니스스쿨(LBS) 교수는 "한 기업에 존재하는 다국적팀은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오는 갈등만 잘 극복하면 혁신 에너지가 넘치는 '핫스팟(hot spots)'을 창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그가 출간한 책 제목이기도 한 핫스팟은 '창조 에너지가 불타오르는 공간'이란 뜻이다.

그래튼 교수는 "지난 10여년간 노키아 도요타 브리티시페트롤리움(BP) 등 글로벌 대기업들을 연구하면서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며 "이들 기업에겐 직원들의 상상력과 열정이 마음껏 발산되는 핫스팟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이 펄떡거리며,몰입과 열정의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되는 곳이 핫스팟이란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다국적팀을 통해 핫스팟을 창조한 대표적 사례로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를 꼽았다. "파리에서 온 디자이너와 캘리포니아에서 온 프로그래머 등 전세계에서 온 인재들이 모여 신제품 아이디어를 내는 노키아의 문화가 휴대폰 업계 1위를 유지할수 있게 하는 비결"이라는 것.그는 "노키아의 이런 전통은 글로벌 수요를 파악해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제품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나라마다 다른 인재의 역량을 한군데 묶어 낼수 있는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튼 교수는 이어 "다국적팀이 함께 일할 경우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창조적 혁신을 일궈 내려면 다국적팀으로 하여금 '함께 일하는 법'을 먼저 배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팀내 긴장과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인정하고 겉으로 드러내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갈등 해결방식이 일상 직장생활에 녹아들면 조직은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부딪쳐 돌파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는게 그래튼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또 "다국적팀이 핫스팟을 창조하려면 소크라테스와 같은 리더를 필요로 한다"며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거리를 거닐며 마주치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에게 '위대한' 질문을 던졌던 것처럼 리더들은 대화를 통해 다국적팀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쉽게말해 "소크라테스처럼 심오한 질문을 제기할 수 있는 리더가 갈등을 극복한다"는 얘기다.

지난 2000년부터 4년간 LG전자 자문교수를 지냈던 그는 "당시 LG전자가 다국적팀을 활용해 상당히 성공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었다"며 "다른 한국 기업들도 다국적팀을 적극 활용해 혁신을 창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런던(영국)=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