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年매출 2조 달성 눈앞…삼보컴 2위 탈환
레인콤도 '엠플레이어' 힘입어 상반기만 27억 순익

올해 매출액 2조원대를 목표로 하는 휴대폰업체 팬택,올초 법정관리를 졸업한 뒤 신제품 14종을 내놓으며 상승세를 타는 삼보컴퓨터,2년 연속 흑자를 내며 내실을 다지는 레인콤.

국내 IT벤처 대표주자격인 팬택,삼보컴퓨터,레인콤 등이 과거 명성을 되찾기 위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해외 사업을 정리한데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펴며 경기침체 속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업계에서는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IT업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이들 기업이 완전히 되살아났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제품 출시,매출도 성장세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팬택은 휴대폰 판매량,매출 등에서 모두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상반기(7781억원)보다 29% 오른 1조270억원이었다. 3분기에도 543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팬택 관계자는 "올해 매출액 목표치인 2조10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도 상승세다. 팬택의 올해 3분기 국내외 판매량은 255만대에 달했다. 국내시장 점유율도 19%로 올라섰다. 작년 3분기(12%)에 비하면 크게 성장한 것.

삼보컴퓨터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삼보는 올해 상반기 데스크톱 PC 20만1000대를 팔아 국내 시장 점유율 14.29%를 기록, LG전자(12.1%)를 꺾고 2위에 올랐다. 삼보가 올해 출시한 제품만 노트북과 데스크톱 각각 6종,PMP 2종 등 총 14개에 달한다.

김영민 삼보컴퓨터 부회장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신장했다"며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보다 44%가량 성장한 39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보컴퓨터는 연내에 노트북 4종,데스크톱 1종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레인콤 역시 지난해 매출액 1696억원에 30억원의 순이익을 냈고,올해에도 매출 성장과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27억원의 이익을 냈다. 지난해 출시한 미키마우스 모양의 MP3플레이어 '엠플레이어'를 70만대 이상 팔았고 올해 총 12개의 신제품을 내놨다. 레인콤 관계자는 "기업 체질 개선을 통해 내놓은 신제품들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특히 영업과 기술개발에 주력해 올해와 내년을 본격적으로 도약하는 해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국내 마케팅 집중

3사의 성장동력은 워크아웃,법정관리,창업멤버 퇴사 등의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는 점이다. 팬택은 지난해 4월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이를 계기로 2000여명의 인원 감축을 단행,조직을 슬림화했다. 전 세계 50여개국에 달했던 수출국도 미국,일본,중남미로 집중시켰다. 레인콤 역시 해외사업은 장기적으로 접근하고 국내 시장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삼보컴퓨터는 올해 1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뒤 자체 PC설계 기술력을 토대로 국내 PC사업에 집중했다. 한 해에 PC 신제품을 17개나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삼보컴퓨터만의 독자적인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해외사업도 정리하고 유재석,박명수 등을 내세운 TV광고 등 대대적인 국내 마케팅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IT제품 비수기인 3분기에 성장세를 이룬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성수기인 4분기에도 상승탄력을 이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다른 업체보다 먼저 위기를 겪은 것이 이들 기업엔 기회로 작용했지만 신제품의 반응,환율 등의 변수가 있다"며 "4분기 매출과 소비심리 변화에 따라 재기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