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가장 필요한 직업 10개를 꼽아 보세요. 이 중 수년 전에 존재했던 것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

인적자원개발의 세계적 전문가 토니 빙햄 ASTD(미 훈련개발협회) 회장은 전 미 교육부장관이었던 리처드 라일리의 말을 인용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뜻이죠.특히 세계 경제가 빠르게 지식 기반 경제로 이동하면서 기존의 기술은 금방 쓸모없는 것이 됩니다. "

그는 이 같은 현상을 잘 보여 주는 사례로 미국의 직업시장을 들었다. "미국에서 수요가 있는데 채워지지 못한 일자리는 2004년 230만개 정도로 추정됐는데 올해는 460만개로 두 배나 늘어났다"는 것.그러나 지난 8월 미국 실업률은 6.1%로 높아진 상태다. 실업자는 넘쳐나는데 회사는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을 치는 형국인 셈이다. 빙햄 회장은 이를 "쓸모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30년에는 채워지지 못한 일자리 수가 미국에서 3500만개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그는 이런 현상을 '기술 간극(skill gap)'이라고 표현했다. 조직이 필요로하는 기술(skill)과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역량(capabilities) 간에 존재하는 차이를 뜻한다. 빙햄 회장은 "이 간극을 얼마나 빠르게,얼마나 잘 메우는지에 따라 기업이나 조직,정부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기술 간극은 기업들의 골칫거리다.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1000대 기업의 70%가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직원들이 변화에 적응할 만큼 충분히 훈련받지 못한 것을 꼽고 있을 정도다.

빙햄 회장은 "고령화 사회가 기술 간극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과 나이 든 사람들을 구분해서 서로 다른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이 든 직원을 해고하고 젊은 사람을 채용해서 기술 간극을 줄이는 전략은 젊은 사람들의 인구 비중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쓸 수 없다"고 설명한 그는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적합한 기술교육 방식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 젊은 사람들에게는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기술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짐에 따라 젊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배운 기술이 금세 쓸모없어지고 있다"는 그는 "특정 기술에 몰두하도록 하기보다는 어떻게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익힐지를 잘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