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공개 출국..일본 거쳐 주말께 상하이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20일 신흥시장 개척을 위한 해외 순환근무를 시작했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무는 이날 오전 반도체, LCD 등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 전무는 주말까지 고베에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업체인 아사히글라스와 도쿠시마의 LED솔루션 업체인 니치아화학 등 일본내 협력사와 고객사 등을 돌아본뒤 중국 상하이(上海)로 이동할 예정이며, 상하이를 베이스캠프로 삼아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시장 개척에 나설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하이를 근거지로 하지만 주재원처럼 붙박이 근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태국 등 동남아시장을 돌아보고, 또 회사의 필요에 따라 중남미, 아프리카, 러시아, 인도 등 어디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무가 출국 시점을 이날로 잡은 배경에 대해 "이른바 삼성사건 2심 재판까지는 부친인 이건희 전 회장을 보좌하느라 출국할 수 없었다"며 "3심은 법률심으로 참고인과 증인 출석이 없기 때문에 해외순환 근무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빨리 나가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무의 순환근무 기간에 대해서는 "언제까지가 될 지 알 수 없다"며 "회사 상황에 따라 서울에도 가끔 올 것이고, 내달 19일 호암 21주기 추도식에는 참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4월 경영쇄신안의 하나로 이 전무가 삼성전자 최고고객책임자(CCO)직을 사임하고 여건이 열악한 해외사업장에서의 시장개척 업무에 나설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무죄 판결로 큰 부담을 벗어던진 이 전무의 해외근무는 삼성 임직원과 주주, 그리고 시장으로부터 경영 능력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무는 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01년부터 경영기획팀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월부터 삼성전자 CCO로서 해외 주요 거래선 개척과 관리 등의 업무를 맡아오다 4월 CCO직을 사임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