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련株들이 세계 경기침체와 더불어 중국의 성장률 둔화가 현실화되면서 주가 상승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기민감주인 데다 개별 종목들의 악재까지 부각되며 '백약이 무효'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 관련주인 조선과 해운, 기계업종 주가가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와 더불어 중국 성장률이 한자릿수 아래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곤두박질 치고 있다.

중국 경기가 침체상태를 헤어나지 못할 경우 철강석 및 석탄 등 원자재 수송이 급감하고 아울러 선박발주도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중국의 올해 3분기 성장률은 한자릿수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는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은 12.7%의 성장률을 기록한 지난 2007년 2분기 이후 성장속도가 둔화돼 올 3분기에 9%에 이르기까지 내리 5분기 연속 하강했다. 10분기 연속 두자릿수 성장도 막을 내렸다.

문제는 이 같은 성장률 둔화가 중국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보다 실물경제 위기로 경착륙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것.

20일 오후 1시36분 현재 대표적 중국 관련주인 현대중공업은 전 거래일보다 4.53% 내린 15만8000원에 거래되며 4거래일째 급락세를 펼치고 있다. 장중 한때 52주 신저가까지 밀리더니 시가총액도 12조원대 언저리로 줄어들어 현대차에 운수장비업종 선두 자리를 내줬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어 한화와 2파전을 형성한 현대중공업은 '승자의 저주'라는 악재까지 겹쳐 최근 등락을 거듭해 왔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10월에 기록한 최고가 5만3900원 대비 63.54% 빠진 1만9700원을 기록하고 있고, 1만4659원에 거래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장중 한때 1만4000원대까지 추락하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발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조선사들의 설비 증설로 생산능력은 급증하고 있어 세계 조선업황의 하락 추세가 가속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계 대표주 두산인프라코어두산중공업도 이날 나란히 52주 최저가로 주저 앉았다. 세계 경기침체가 가속될 경우 건설경기가 악화돼 장비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그룹차원의 유동성 위기說까지 부각되면서 악영향을 받아 왔다.

해운주들의 상태는 더 심각하다. 미국 소비둔화가 유럽으로까지 전이된데 이어 중국 시장까지 암울해질 경우 더이상 돌파구를 찾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30만원대를 넘보던 벌크선사 중심인 대한해운은 이날 7만6600원까지 추락하며 52주 최저가를 경신했고, 흥아해운STX팬오션도 3% 중반대의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1만6000포인트까지 회복됐던 건화물운임지수(BDI)는 지난 17일 1438까지 곤두박질 친 상태다.

이원종 한화증권 연구원은 "2009~2010년 2년간 예정된 선복 공급량이 2004~2007년의 4년간 공급물량의 1.7배에 이르는 반면 중국의 성장세 둔화로 철광석과 석탄 물동량의 감소는 장기화할 전망"이라며 "벌크선 업체들의 수익성은 올해를 고점으로 하락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올림픽 전후로 생산소비통제를 실시했기 때문에 3분기 성장률 둔화는 어느정도 예상했던 것"이라며 "다만 지난주 중국 최대 완구업체가 파산했을 정도로 저임수출의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 국내 업체의 2차 피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중국이 대외수출 부진을 구조조정이나 밀어내기 수출로 모면하려고 한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는 금리와 재정적 측면에서 중국 정부의 개입 여력이 충분한 만큼 극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