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1조 매도 … 헤지펀드 청산 매물 등 당분간 이어질듯

국내 증시가 나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외국인의 공격적인 '팔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어 불안감은 여전하다.

외국인은 20일 개장 한 시간 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1000억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낸 끝에 347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주로 금융 전기전자 운수장비 업종에 매물이 집중됐다.

외국인 순매도는 나흘째로 이 기간 1조909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선 외국인이 3조6085억원어치를 순매도,지난 8월(3조52억원)과 9월(2조6704억원)의 월간 순매도 금액을 이미 넘어섰다. 올 들어서만 31조원 이상을 순매도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외국인의 '팔자'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글로벌 신용경색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재원 ABN암로 부대표는 "글로벌 금융구제안이 나왔지만 이번 위기는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현재 외국인의 최대 목표는 기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적인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가 필리핀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한 주식영업본부장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경기 침체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한국의 피해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며 "세계 수요 급감에 따라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의 실적전망이 앞으로 얼마나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외국인 사이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10월 말 헤지펀드 청산을 앞두고 외국인 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심 팀장은 "이달 말 결산기를 맞는 글로벌 대형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나빠져 헤지펀드가 청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공격적 매도는 유동성 확보 차원보다 대형 헤지펀드의 주식 정리 물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순매도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 부대표는 "확충된 유동성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올 연말까지는 주식 자산 매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강지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