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거부땐 단체협약 무효화
전교조 "일방적 해지는 위법…수용 못해"


서울시교육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3개 교원노조에 단체 협약(단협)의 일부 조항을 해지하겠다고 20일 통보했다.

이는 2004년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이 체결한 단협에 '독소조항'이 많아 학교 운영권을 침해하고 새로운 교육정책 실행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교육청은 이날 제시한 부분 해지안에 전교조 등이 30일까지 동의하지 않을 경우 단협을 완전히 해지할 방침이다.

시교육청이 부분 해지를 요청한 조항은 192개 단체협약 조항 중 21개다. 구체적으로는 △연구ㆍ시범학교 지정시 교원 50%이상으로부터 서면동의 받을 것(37조) △학업성취도 평가는 표집학교에만 실시(38조) 등이다. 시교육청이 처음부터 기존 단협을 완전히 해지하는 대신 부분 해지안을 제시한 것은 상대적으로 혼란이 적고 교원노조 측의 동의를 얻기가 보다 쉬울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또 '충분히 노력했다'는 의지를 보일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이화복 시교육청 기획관리실장은 "단협을 완전히 해지할 경우 통보일로부터 6개월 이후에 효력이 발생하지만 부분 해지는 당사자 간 합의만 이뤄지면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부분 해지안은 당초 단협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주번교사제와 사립학교 교원 전보제도 등 교사의 근로조건과 관계된 조항들을 건드리지 않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단협은 교원업무 부담을 경감한다는 이유로 일직ㆍ숙직ㆍ주번ㆍ당번교사제도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립학교 교원 전보 역시 본인의 동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 사립학교법에 위배된다. 이 실장은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협약을 해지하는 것은 교원노조법 등 관계법령에 위배될 여지가 있어 이번 부분 해지안에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청의 움직임에 대해 전교조 등은 시교육청이 통보한 부분 해지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뉴라이트 계열의 자유교원노동조합(자유교조)을 이용해 단협 협상이 진행되지 못하도록 하면서 한편으로는 단협 해지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 플레이"라며 "시교육청의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 통보는 명백히 위법이므로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 지부장은 "어느 조항이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한 번도 시교육청의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며 "남은 10일간 24시간 내내 협의할 용의가 있는 우리와의 대화 대신 언론 발표부터 먼저 하는 것은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