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베이스캠프…미래 성장동력·M&A 챙길듯
20일 日거쳐 상하이로
신흥시장 개척이 주임무…성과·귀국시기 '주목'


이건희 전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해외근무를 위한 장도(壯途)에 올랐다. 첫 도착지는 일본이지만 베이스 캠프는 중국으로 정해졌다. 이 전무는 상하이에 별도의 사무실을 내고 글로벌 경영감각을 키우고 비즈니스 네트워크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일 "이 전무가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으며 이번 주말께 상하이로 이동할 예정"이라며 "일본에선 아사히글라스와 니치아화학공업 관계자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무의 출국은 지난 4월 삼성이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이 전무가 삼성전자 최고고객책임자(CCO)직을 사임하고 여건이 열악한 해외사업장에서 시장개척 업무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일정보다 출국이 늦어진 이유와 관련,회사 관계자는 "이른바 '삼성사건' 2심 재판까지는 참고인과 증인 출석요청에 대비해야 했고 부친인 이 전 회장을 보좌하느라 출국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무슨 일 하나

이 전무의 주 임무는 신흥시장 개척이다. 상하이를 근거지로 하지만 주재원처럼 붙박이 근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직접 돌아볼 예정이며,회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중남미 아프리카 러시아 인도 등에도 출장을 가게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경제계는 개인적 위상이나 비중에 비춰볼 때 이 전무가 향후 삼성 글로벌 전략의 '허브'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 전무는 단순히 해외출장에 나서는 정도의 활동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와 사업 네트워크 발굴을 통해 회사의 미래 성장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내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인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추진업무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근무지가 상하이로 결정된 이유도 모든 글로벌기업들이 이곳에 모여들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언제 돌아오나

이 전무의 귀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가족모임 등이 있을 경우 간헐적으로 한국을 찾겠지만 일단 기약 없는 여정에 오른 것이다.

회사 측은 하지만 △이 전무가 해외에서 스스로 경영능력을 입증하거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상황이 만들어질 때 귀국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들과 시장으로부터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를 획득해야 한다는 목표가 출국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전무의 출국은 사실상 마지막 경영수업으로 봐야 한다"며 "이 전무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느냐에 따라 재계 1위 삼성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점쳤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