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이탈 … IMF "내년 성장 급속 둔화"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중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막대한 오일머니로 유동성이 충분해 금융위기의 피난처로 알려졌던 중동 국가들도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게다가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마저 배럴당 70달러선으로 떨어지면서 성장동력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일 중동.중앙아시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들 지역 국가들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07년 6.5%(추정)에서 올해 6.4%,내년 5.4%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석유 소비량이 줄어들어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동 대표주자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성장률이 5.9%로 추정되고 있으나 내년에는 4.3%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급부상한 아랍에미리트(UAE)의 성장률도 7.0%에서 6.0%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식량 가격 상승 등이 반영돼 두 나라의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1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IMF는 특히 중동 국가들 중 사우디와 UAE가 미국발 금융위기 충격파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사우디 증시와 UAE의 두바이 증시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급등세를 보였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투자자 신뢰가 저하되고,인플레 및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우려가 깊어져 하락폭이 컸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중동지역에도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UAE에선 최대 540억달러에 이르는 외국인 예금이 빠져나갔고 은행 간 자금 거래가 자취를 감춘 상태다. 국부펀드 등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던 해외자산의 가치는 금융위기로 크게 하락했다.

급격하게 성장한 두바이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버즈 두바이 등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가 여러 건 진행 중인 두바이는 최근 프로젝트 파이낸스 비용이 급증해 경착륙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꼽힌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 따르면 정부 관련 두바이 기업들이 차입한 금액은 거의 500억달러에 육박,두바이의 2006년 GDP를 초과한 상태다.

이에 따라 아부다비나 UAE 연방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무디스는 예상했다. 당장 두바이 증권거래소는 연말까지 58억달러,미국 카지노업체 MGM 미라지 지분 10%를 사들인 두바이월드도 내년 초에 50억달러의 부채 만기가 예정돼 있다. 이들 업체의 재융자 여부에 두바이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시험받고 있는 것이다.

UAE 연방정부는 지난 12일 긴급 회의를 갖고 UAE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은행의 예금을 지급 보장하고,위기에 빠진 금융회사에 자금을 직접 공급하겠다는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서기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