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를 '멀티플렉스'영화관에 비유하자면 올해 최고의 흥행실적을 올린 영화는 단연 '쌀 직불금'이다.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쌀 직불금을 부당하게 신청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으니 말이다.

국회의원 세 명이 부당수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4만여명의 공무원이 직불금을 받았다'는 감사원 발표에 공직사회가 술렁였다. 급기야 감사원의 조사자료 폐기를 놓고 이전 정권의 개입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쌀 직불금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는 어렵다. 여야 정치권은 '네탓'공방만 벌이고 있다.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는 관련 법률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전혀 손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다. '공무원 중에 누가 직불금을 받았을까','우리 부처에는 없어야 할 텐데…'라는 걱정만 할 뿐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실제 직불금 논란이 3주 동안이나 지속되는 동안 여당과 주무부처인 농수산식품부는 단 한 번의 당정협의도 갖지 않았다. 17일에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부당 수령자에 대해서는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농식품부가 "부당수령자로 밝혀지면 직불금의 30%를 과징금으로 물리겠다"고 말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것은 자격도 없는 이들이 농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직불금을 받아간 데 대한 확실한 진상파악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고려돼야 할 핵심사항은 쌀 직불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정치권과 정부에 있다. 2005년 추곡수매제도를 폐지하고 허점 투성이인 직불금 제도를 도입한 게 현재의 여야 정치권이고 문제점이 있음에도 손질하지 않은 게 정부이기 때문이다.

여당이 쌀 직불금에 대한 국정조사를 수용키로 한 만큼 이제는 진상조사와는 별도로 차분하게 쌀 직불금에 대한 근본적인 보완책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부실한 대책으로 또 다시 '외양간'을 고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이태명 경제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