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시간여 위기대책 해법 쏟아내
"세계적 위기…지금이 기회일수도"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이날 위촉된 기업 금융 언론 학계 등 민간 전문가 27명이 참여해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에 관해 조언하게 된다. 민ㆍ관 참석자들은 오찬까지 포함해 네 시간 가까이 머리를 맞대고 미국발 금융 위기,실물경제 침체,중소기업 지원,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 당면 경제 현안에 대한 난상 토론을 벌이며 다양한 해법들을 쏟아 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과 정부 대응 방안이 전반적으로 옳다고 본다. 정부가 정책을 세우면서 '선제적이고 과감하며 충분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저는 '충분'에 역점을 두고 싶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은행에 1조원을 출자한다는데 이 정도로 위기의 중소기업이 잘 버틸 수 있느냐를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과감하고 충분하게 검토해야 한다. 환율,주가 등 금융 문제는 시장이 해결해야 하는 만큼 정부는 여유를 갖고 대응하고 오히려 실물에 여파를 미치는 부분에 대해 범정부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1929년 대공황 때는 위기가 시작된 지 4년 만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이번에는 전 세계 정부가 달라붙었다. 위기의 터널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위기가 끝나면 새로운 국제 질서가 만들어질 것이다. 개방과 자율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

◆신상민 한국경제신문 사장='우리가 IMF외환위기 때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하더라.구조적인 문제에 정면 태클해서 바꿀 기회였는데….이번이야말로 다시 온 기회다. 구조적 문제에 대해 그야말로 정면으로 대처해서 그걸 바꿔내야 할 기회를 맞이했다.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위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중소기업들이 필요 이상의 공포심을 갖고 있다. 금융 위기가 언제쯤 진정될 것이라는 점을 많은 기업들에 홍보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조업 분야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체제에 강점을 갖고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 등 비제조업 분야를 활성화해야 한다.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경제가 어렵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위기다. 재정을 통한 경기 활성화는 집중적인 분야를 선정해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우리나라는 국가 채무가 32~33% 정도에 불과한 만큼 재정은 건전한 상태다. 지금은 지출을 늘리는 것보다 조세 지원 쪽으로 가는 게 유리하다. 노무현 정부 때 성장과 분배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는데 정책이 이념 싸움으로 가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오규택 중앙대 교수=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프라임 모기지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집 사는 데 따르는 인센티브의 하나로 소득 공제를 해 주는데 이 제도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엄청난 위기인 만큼 10년 전 '금 모으기'와 '파업 자제'를 했던 것처럼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대표=지금이 한국의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럴 때 과감하게 외국 기업을 인수ㆍ합병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 맺음말=세계적 위기인 만큼 당장의 '마이크로(미시)'한 정책도 시급하지만 '매크로(거시)'한 전략도 필요하다. 당장 소방수 역할만 하다가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과거에도 보면 위기 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은 결국 위기가 지나면 위축되고 오히려 위기 때 공세적으로 대응하는 기업과 사람은 성공하는 것을 봤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선진국을 따라가기 힘들지 모르지만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