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골프장에서 한번 라운드하는 비용으로 36홀 플레이를….'

그린피(골프장 입장료)가 한국에 비해 싼 태국 필리핀 중국 등의 얘기가 아니다. 호남 영남 강원 제주 등 지방 골프장들이 주중 1박2일 일정의 패키지 골프상품을 싼값에 내놓아 골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골퍼들로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2라운드를 하고,그 지방 고유의 음식을 맛보며 관광명소까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돼 일석삼조인 셈이다.

지방 골프장들이 빈 자리가 많은 평일에 수도권 골퍼들을 유치하기 위해 제시한 그린피는 20만원 안팎이다. 대부분 하루 18홀씩,이틀간 36홀 플레이에 숙박과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골프장까지 왕래하는 교통비와 카트비,캐디피 등 5만원 정도만 추가로 부담하면 된다. 1인당 25만원 안팎만 들이면 굳이 외국으로 나가지 않아도 여행 겸 36홀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것.

가장 싼 요금을 붙여놓고 있는 곳은 전남 보성CC다. 퍼블릭인 이 골프장은 36홀 그린피와 하루 숙박비,아침 식사비를 합쳐 1인당 14만9000원을 받고 있다. 한 라운드에 7만5000원꼴로 수도권 골프장 주중 평균 그린피(17만7000원)의 40% 수준이다. 그밖에도 호남에는 회원제인 함평다이너스티CC가 17만9000원,남광주CC 18만9000원,승주CC 19만9000원 등으로 20만원이 채 안 되는 골프장이 많다. 호남 골프장의 그린피가 싼 것은 이 지역 골프인구에 비해 골프장 수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호남지역의 골프인구는 약 20만명이고,골프장 수는 18홀 기준으로 17개에 달한다.

강원도나 영남권의 1박2일 패키지 상품 요금은 20만원을 넘는다. 강원 삼척의 퍼블릭인 블랙밸리CC의 경우 19만9000원으로 싼 편이고,골프패키지 상품의 원조격인 설악프라자CC는 1박2일에 23만5000원이다. 영남지역은 경주CC와 떼제베이스트CC가 25만9000원을 받는다.

골프장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제주도 내 대부분 골프장도 1박2일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요금은 22만∼35만원으로 골프장별 차이가 큰 편이다. 제피로스 라헨느 중문 해비치 오라CC 등은 22만∼26만원이면 1박2일간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제주 지역은 그린피 외에 항공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주중에 지방 골프장에 가려면 엑스골프(www.xgolf.co.kr) 등 골프장 예약대행 전문업체의 소개를 받거나 해당 골프장에 직접 부킹할 수 있다. 골프장까지 가는 교통편은 골퍼 스스로 해결해야 하지만,팀수가 많을 경우 실비로 버스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회원제ㆍ퍼블릭을 막론하고 지방 골프장들은 인하된 그린피로 패키지 상품까지 개발하면서 수도권 골퍼들을 20∼30% 끌어들이고 있다"며 "지금은 황금시즌이어서 눈에 띄지 않지만 내년 봄엔 수도권 골퍼들의 지방 역류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