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간판 국영 투자회사인 중신그룹(시틱그룹)의 홍콩 자회사인 중신타이푸(中信泰富.시틱 퍼시픽)가 외환거래로 2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었다. 이 회사 회장으로 중국의 대표적 거부로 꼽히는 룽즈젠은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홍콩경제일보는 21일 룽즈젠 회장이 중신타이푸의 금융사업부문 책임자가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외환에 투자해 20억달러의 손실을 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중신타이푸의 한 직원은 호주 철광산에 투자하기 위해 호주달러를 대량으로 매입했다가 금융위기 여파로 호주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룽 회장은 이 거래 책임자가 호주달러를 매입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사실을 사전에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신타이푸 측이 공개한 외환거래 계약 내용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1호주달러당 0.87달러,1유로당 1.44달러의 환율로 외환 거래를 하기로 돼 있다. 하지만 현재 외환시장에서 1호주달러가 0.70달러에,1유로는 1.35달러에 거래되고 있어 약 2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룽 회장은 이번 외환거래에 사기 행위 같은 불법적인 행동이 개입돼 있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모기업인 중신그룹이 중신타이푸에 15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고 공개했다. 중신타이푸는 항공 건설 부동산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룽 회장은 '중국의 붉은 자본가'로 불렸던 룽이런 전 국가부주석의 아들이다. 2005년 포브스에 의해 중국 최고 갑부로 선정되기도 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