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조직 지는 조직 ‥ (9) 신뢰의 비밀] 신세계百 "믿고 맡겼더니 매출도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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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은 물건을 파는 곳이지만 거꾸로 물건을 사기도 한다. 입주 점포들이 갖고 있지 않은 제품들을 팔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직접 사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통상 백화점들은 MD(Merchandizer)라는 이름의 구매팀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은 백화점이 필요로 하는 전략상품을 구매해 마케팅과 판매 서비스까지 일괄하는 형태로 일을 하고 있어 스스로 '소사장'이라고 생각한다. 백화점의 대외 이미지와 영업력 확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백화점 내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 선진MD 3파트의 김은겸 과장.그는 지금도 프라다 슈즈를 들여올 때를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김 과장은 지난해 3월 신세계 본관 개장에 맞춰 명품 슈즈 편집매장을 열려고 2005년 말부터 여러 차례 프라다 본사를 방문했다. 프라다는 결코 녹록지 않았다. 프라다 측은 "명품에 걸맞은 단독매장과 유통채널을 가진 곳에만 공급할 수 있다"고 계속 퇴짜를 놓았다. 오기가 발동한 김 과장은 2006년 3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다시 찾아갔다. 편집매장(여러 개의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놓은 매장)의 수요와 매출 및 손익전망,운영계획과 관리기법 등을 더욱 정제된 통계와 논리로 설명했다. 결국 프라다는 제품 공급을 확약했고 편집매장 매출 확대의 주역이 됐다.
▶▶ 차별화 전략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 내 22명의 전문 바이어(MD)ㆍ마케터로 이뤄진 선진MD팀은 홈데코레이션ㆍ고급청바지ㆍ슈즈&핸드백 등 9개 편집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당 책임MD와 보조MD가 해외에서 직수입을 해 복합브랜드를 편집ㆍ판매하는 매장이다. 원래 일본 모 백화점의'자주MD'팀제에서 착안한 이 편제는 이제 국내 백화점 중에서는 신세계만의 독창적인 발명품이 됐다. 작년 12월 출범한 선진MD팀은 고급스러움과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올해 매출 전망은 200억여원.하지만 내년에는 골프 스니커즈 등의 매장을 확대해 450억원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여성들 사이에서 소위 '마네킹 사이즈'로 불리는 '44'사이즈의 두 배인 '88'사이즈 이상만 판매하는 독특한 편집매장 '디사이즈'가 대표적인 차별화 매장이다. 구매력이 풍부한 30~4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매장이다. 본점 신관 3층 매장에서 만난 김문정 MD1담당 과장은 "마르고 날씬한 사이즈를 선호하는 패션 트렌드에서 소외된 고객들을 불러모아 '나만의 옷'이라는 편안한 느낌을 주자는 의도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iCB 앤디앤뎁 등 일본 이탈리아 등 10여개 브랜드를 직수입 판매하는 이 매장은 본점 강남점 인천점을 포함해 점포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김 과장은 "내가 이 상품의 매력을 잘 살려서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믿음을 해외 파트너에게 주고,이를 실적으로 계속 보여주는 게 MD들의 가장 큰 임무"라고 말했다.
▶▶ 뛰어난 현장감각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또 다른 비결은 해외 유수 전시회를 구석구석 누비는 MD들의 현장감각이다. 신관 9층에 자리한 신세계 최초의 편집매장 '피숀'은 홈데코(식기 액세서리 주방용품 침구 커튼류) 마니아들 사이에서 꽤 인지도가 높다. 한지형 MD4담당 과장은 프랑스 파리의 메종오브제,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하임텍스타일ㆍ암비앙테,미국 뉴욕의 기프트페어 등 홈데코 관련 전시회를 찾느라 1년에 두 달 가까이 해외에서 보낸다. 다른 직원들은 '해외여행 자주 다녀 좋겠다'고 부러워하지만 한 과장은 "여자가 버텨내기 힘들 정도로 강행군"이라고 말했다. 서울 코엑스 전시장 전체의 10~20배가 되는 외국 전시장을 이틀 만에 모두 둘러봐야 하고 이 기간 동안 선택과 구매를 모두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전용 고급청바지ㆍ데님매장 '블루핏'을 운영하고 있는 최재혁 MD1담당 과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신세계 지점에서 5년 동안 일하다 작년에 이곳에 합류했다. 최 과장은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집안일을 도우면서 대학을 다닐 때도 계속 의류업 판매를 했던 현장통이다. 최 과장은 "나는 옷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라며 "한 사람이라도 원하는 상품이 있으면 그걸 찾아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조만간 청바지의 물(워싱)이 전혀 안 빠진 고급 데님 청바지 '칩먼데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 무위의 리더십 '신뢰'
저마다의 전문성을 가지고 독립적인 사업을 하는 MD들을 회사는 어떻게 관리할까. 신세계 공채 1기로 들어온 박병준 선진MD팀 팀장은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박 팀장은 "별도의 관리는 없고,이들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모든 것을 지원한다"며 "의견이 상충되는 부분도 특별히 없다"고 말했다. 다만 MD들이 놓치기 쉬운 큰 흐름과 마케팅 포인트를 연구해서 건네준다. 또 MD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상품본부장(부사장)에게 직보하고,부사장은 즉각 임원회의를 소집해 해당 의견의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국내외 마케팅 및 리서치를 담당하는 문성희 선진MD팀 과장은 "MD들이 놓치기 쉬운 월별,분기별,반기별 트렌드를 선진 외국 사례 등을 검토해 분석하고 이 트렌드를 백화점 1층에서 꼭대기까지 고객이 느낄 수 있도록 꾸미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문 과장은 "기본적으로 MD들에게 전권이 주어지고 우리들은 최신 '팁'을 주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글=이해성 기자 기자 ihs@hankyung.com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 선진MD 3파트의 김은겸 과장.그는 지금도 프라다 슈즈를 들여올 때를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김 과장은 지난해 3월 신세계 본관 개장에 맞춰 명품 슈즈 편집매장을 열려고 2005년 말부터 여러 차례 프라다 본사를 방문했다. 프라다는 결코 녹록지 않았다. 프라다 측은 "명품에 걸맞은 단독매장과 유통채널을 가진 곳에만 공급할 수 있다"고 계속 퇴짜를 놓았다. 오기가 발동한 김 과장은 2006년 3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다시 찾아갔다. 편집매장(여러 개의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놓은 매장)의 수요와 매출 및 손익전망,운영계획과 관리기법 등을 더욱 정제된 통계와 논리로 설명했다. 결국 프라다는 제품 공급을 확약했고 편집매장 매출 확대의 주역이 됐다.
▶▶ 차별화 전략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 내 22명의 전문 바이어(MD)ㆍ마케터로 이뤄진 선진MD팀은 홈데코레이션ㆍ고급청바지ㆍ슈즈&핸드백 등 9개 편집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당 책임MD와 보조MD가 해외에서 직수입을 해 복합브랜드를 편집ㆍ판매하는 매장이다. 원래 일본 모 백화점의'자주MD'팀제에서 착안한 이 편제는 이제 국내 백화점 중에서는 신세계만의 독창적인 발명품이 됐다. 작년 12월 출범한 선진MD팀은 고급스러움과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올해 매출 전망은 200억여원.하지만 내년에는 골프 스니커즈 등의 매장을 확대해 450억원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여성들 사이에서 소위 '마네킹 사이즈'로 불리는 '44'사이즈의 두 배인 '88'사이즈 이상만 판매하는 독특한 편집매장 '디사이즈'가 대표적인 차별화 매장이다. 구매력이 풍부한 30~4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매장이다. 본점 신관 3층 매장에서 만난 김문정 MD1담당 과장은 "마르고 날씬한 사이즈를 선호하는 패션 트렌드에서 소외된 고객들을 불러모아 '나만의 옷'이라는 편안한 느낌을 주자는 의도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iCB 앤디앤뎁 등 일본 이탈리아 등 10여개 브랜드를 직수입 판매하는 이 매장은 본점 강남점 인천점을 포함해 점포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김 과장은 "내가 이 상품의 매력을 잘 살려서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믿음을 해외 파트너에게 주고,이를 실적으로 계속 보여주는 게 MD들의 가장 큰 임무"라고 말했다.
▶▶ 뛰어난 현장감각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또 다른 비결은 해외 유수 전시회를 구석구석 누비는 MD들의 현장감각이다. 신관 9층에 자리한 신세계 최초의 편집매장 '피숀'은 홈데코(식기 액세서리 주방용품 침구 커튼류) 마니아들 사이에서 꽤 인지도가 높다. 한지형 MD4담당 과장은 프랑스 파리의 메종오브제,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하임텍스타일ㆍ암비앙테,미국 뉴욕의 기프트페어 등 홈데코 관련 전시회를 찾느라 1년에 두 달 가까이 해외에서 보낸다. 다른 직원들은 '해외여행 자주 다녀 좋겠다'고 부러워하지만 한 과장은 "여자가 버텨내기 힘들 정도로 강행군"이라고 말했다. 서울 코엑스 전시장 전체의 10~20배가 되는 외국 전시장을 이틀 만에 모두 둘러봐야 하고 이 기간 동안 선택과 구매를 모두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전용 고급청바지ㆍ데님매장 '블루핏'을 운영하고 있는 최재혁 MD1담당 과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신세계 지점에서 5년 동안 일하다 작년에 이곳에 합류했다. 최 과장은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집안일을 도우면서 대학을 다닐 때도 계속 의류업 판매를 했던 현장통이다. 최 과장은 "나는 옷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라며 "한 사람이라도 원하는 상품이 있으면 그걸 찾아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조만간 청바지의 물(워싱)이 전혀 안 빠진 고급 데님 청바지 '칩먼데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 무위의 리더십 '신뢰'
저마다의 전문성을 가지고 독립적인 사업을 하는 MD들을 회사는 어떻게 관리할까. 신세계 공채 1기로 들어온 박병준 선진MD팀 팀장은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박 팀장은 "별도의 관리는 없고,이들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모든 것을 지원한다"며 "의견이 상충되는 부분도 특별히 없다"고 말했다. 다만 MD들이 놓치기 쉬운 큰 흐름과 마케팅 포인트를 연구해서 건네준다. 또 MD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상품본부장(부사장)에게 직보하고,부사장은 즉각 임원회의를 소집해 해당 의견의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국내외 마케팅 및 리서치를 담당하는 문성희 선진MD팀 과장은 "MD들이 놓치기 쉬운 월별,분기별,반기별 트렌드를 선진 외국 사례 등을 검토해 분석하고 이 트렌드를 백화점 1층에서 꼭대기까지 고객이 느낄 수 있도록 꾸미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문 과장은 "기본적으로 MD들에게 전권이 주어지고 우리들은 최신 '팁'을 주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글=이해성 기자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