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탁발순례 중인 도법 스님…3만리 걷고 7만명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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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2시20분 관악산 등산로 입구 위쪽의 도림천 상류.도법 스님(59)을 단장으로 한 20여명의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도림천 복개 구간 아래로 들어섰다. 도림천을 콘크리트로 덮어버려 10여 m 만 들어가도 완전 암흑천지다. 더 놀라운 것은 700m가량의 복개천 구간에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빛이 있는 곳으로 나와서야 풀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림천에는 수초만 무성할 뿐 물도 거의 썩어있다. 수량이 너무 적은 탓이다. 도법 스님은 "자연스럽게 하천으로 흘러들어야 할 물길을 사람들이 다 막아버렸기 때문"이라며 "어떤 생명체도 자연과의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개천 600∼700m만 단절돼도 생명이 살 수 없는데 서울은 그 자체가 자연과 단절된 거대 공간입니다. 그런데도 서울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것은 농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 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이죠.그렇지 않고 서울이 완전히 닫힌 공간이 된다면 삶은 절대 불가능할 겁니다. "
도법 스님은 "서울에선 자연의 소리도 들을 수 없고 냄새도 맡을 수 없을 뿐더러 모든 삶이 자연ㆍ이웃과 단절돼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자연의 소리가 귀의 '양식'인데 그걸 듣고 즐길 기회가 없이 맨날 인위적으로 조작된 소리만 듣고 사니 정신과 신체가 온전하겠느냐는 것이다.
도법 스님은 2004년 3월1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탁발순례의 첫 걸음을 내디딘 이후 제주ㆍ전라ㆍ경상ㆍ충청ㆍ강원ㆍ경기도를 거쳐 지난달 5일부터 서울을 도보순례 중이다. 그동안 걸은 거리만 3만리가 넘고 생명평화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 사람들이 7만명을 웃돈다. 오는 12월13일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스님은 그동안 무슨 생각을 하며 걸었을까.
"탁발순례는 말 그대로 얻어 먹고 얻어 자면서 걷고 대화하는 삶입니다. 걸으면서는 자기와 대화를 나누고 순례 지역에서는 그 동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요. 탁발순례를 나서기 전에는 생명과 평화를 별개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이 둘이 분리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데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생명 없는 평화는 있을 수 없고 평화 없이 생명은 행복할 수 없으니까요. "
도법 스님은 생명평화는 그래서 하나의 개념이며 종교와 지역,이념,빈부,국가를 뛰어넘는 보편적 사상이라고 설명한다. 순례과정에서 농민,노동자,기독교인,천주교인,지역단체와 개인 등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간 잠을 가장 많이 얻어 잔 곳도 마을회관이나 교회,성당이었다.
로는 함께 하자,하나되자고 하지만 사실은 길이 없습니다. 진보ㆍ보수,기독교ㆍ불교,노동과 자본 등으로 갈려 서로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죠.그래서 그런 기존의 방식을 다 내려놓고 '지금,여기,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그러면 결국 내 생명과 그 생명의 평화와 행복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나뿐만 아니라 남들도 누구나 그렇다는 것,내 생명과 다른 생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물코처럼 관계를 이루며 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기에는 진보나 보수,종교 따위는 관계 없지요. 어제 밤에도 교회에서 잤는데 전국 구석구석에 진솔ㆍ성실하며 열정적인 목사님,신부님들이 정말 많습니다. "
우주자연을 도외시한 인간 중심,나 중심의 이기적인 삶을 버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우주자연은 내 생명의 의지처요,이웃나라ㆍ이웃종교ㆍ이웃마을ㆍ이웃 가족은 내 나라ㆍ내 종교ㆍ내 마을ㆍ내 가족의 의지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법 스님은 "서로 자기가 하는 것만 옳다고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부처와 밥과 똥 중에 누가 가장 귀한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거룩한 부처님만 귀할 것 같지만 실은 부처도 밥을 먹어야 하고 똥을 눠야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부처와 밥과 똥은 모두 평등하며 귀하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정견(正見)이며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악산 등산로를 거쳐 도림천을 따라 내려온 순례단은 이날 오후 4시쯤 신대방동 보라매공원에서 하루 순례를 마무리했다. '생명평화 100대 서원 절 명상'으로 100배를 올리며 하루 일정을 정리하는 순례단의 표정이 평화롭다.
"…생명 위기,평화 위기의 원인이 내 생명의 정체성에 대한 무지 때문임을 돌아보며 절을 올립니다… 국가ㆍ민족ㆍ종교ㆍ이념 등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생명평화임을 확신하며 절을 올립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도림천에는 수초만 무성할 뿐 물도 거의 썩어있다. 수량이 너무 적은 탓이다. 도법 스님은 "자연스럽게 하천으로 흘러들어야 할 물길을 사람들이 다 막아버렸기 때문"이라며 "어떤 생명체도 자연과의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개천 600∼700m만 단절돼도 생명이 살 수 없는데 서울은 그 자체가 자연과 단절된 거대 공간입니다. 그런데도 서울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것은 농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 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이죠.그렇지 않고 서울이 완전히 닫힌 공간이 된다면 삶은 절대 불가능할 겁니다. "
도법 스님은 "서울에선 자연의 소리도 들을 수 없고 냄새도 맡을 수 없을 뿐더러 모든 삶이 자연ㆍ이웃과 단절돼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자연의 소리가 귀의 '양식'인데 그걸 듣고 즐길 기회가 없이 맨날 인위적으로 조작된 소리만 듣고 사니 정신과 신체가 온전하겠느냐는 것이다.
도법 스님은 2004년 3월1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탁발순례의 첫 걸음을 내디딘 이후 제주ㆍ전라ㆍ경상ㆍ충청ㆍ강원ㆍ경기도를 거쳐 지난달 5일부터 서울을 도보순례 중이다. 그동안 걸은 거리만 3만리가 넘고 생명평화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 사람들이 7만명을 웃돈다. 오는 12월13일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스님은 그동안 무슨 생각을 하며 걸었을까.
"탁발순례는 말 그대로 얻어 먹고 얻어 자면서 걷고 대화하는 삶입니다. 걸으면서는 자기와 대화를 나누고 순례 지역에서는 그 동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요. 탁발순례를 나서기 전에는 생명과 평화를 별개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이 둘이 분리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데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생명 없는 평화는 있을 수 없고 평화 없이 생명은 행복할 수 없으니까요. "
도법 스님은 생명평화는 그래서 하나의 개념이며 종교와 지역,이념,빈부,국가를 뛰어넘는 보편적 사상이라고 설명한다. 순례과정에서 농민,노동자,기독교인,천주교인,지역단체와 개인 등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간 잠을 가장 많이 얻어 잔 곳도 마을회관이나 교회,성당이었다.
로는 함께 하자,하나되자고 하지만 사실은 길이 없습니다. 진보ㆍ보수,기독교ㆍ불교,노동과 자본 등으로 갈려 서로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죠.그래서 그런 기존의 방식을 다 내려놓고 '지금,여기,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그러면 결국 내 생명과 그 생명의 평화와 행복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나뿐만 아니라 남들도 누구나 그렇다는 것,내 생명과 다른 생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물코처럼 관계를 이루며 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기에는 진보나 보수,종교 따위는 관계 없지요. 어제 밤에도 교회에서 잤는데 전국 구석구석에 진솔ㆍ성실하며 열정적인 목사님,신부님들이 정말 많습니다. "
우주자연을 도외시한 인간 중심,나 중심의 이기적인 삶을 버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우주자연은 내 생명의 의지처요,이웃나라ㆍ이웃종교ㆍ이웃마을ㆍ이웃 가족은 내 나라ㆍ내 종교ㆍ내 마을ㆍ내 가족의 의지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법 스님은 "서로 자기가 하는 것만 옳다고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부처와 밥과 똥 중에 누가 가장 귀한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거룩한 부처님만 귀할 것 같지만 실은 부처도 밥을 먹어야 하고 똥을 눠야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부처와 밥과 똥은 모두 평등하며 귀하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정견(正見)이며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악산 등산로를 거쳐 도림천을 따라 내려온 순례단은 이날 오후 4시쯤 신대방동 보라매공원에서 하루 순례를 마무리했다. '생명평화 100대 서원 절 명상'으로 100배를 올리며 하루 일정을 정리하는 순례단의 표정이 평화롭다.
"…생명 위기,평화 위기의 원인이 내 생명의 정체성에 대한 무지 때문임을 돌아보며 절을 올립니다… 국가ㆍ민족ㆍ종교ㆍ이념 등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생명평화임을 확신하며 절을 올립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