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엉터리 시세를 믿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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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공개한 실거래가보다 싸게 내놔야 팔린다고 하면 어떡합니까?"(집주인)
"아이고,정부 발표 믿지 마세요. "(부동산 중개업자)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경기도 용인시에서 얼마 전 아파트 주인과 부동산 중개업자들 사이에 벌어졌던 분쟁의 한 토막이다. 중개업자들은 매물을 안 맡기겠다는 집주인들의 항의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매도호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거래된 계약서 사본을 모아 보여주기까지 했다.
중개업자의 항변은 맞는 말이다. 국토부가 매월 주택거래신고 실거래가격을 발표하면서 기준가액보다 상당히 낮게 중개업자가 신고한 가격은 분석 및 공개 대상에서 빼기 때문이다. '상당히 낮게 신고한 가격'이란 기준가액의 9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다. 기준가액이 6억원일 때 5억4000만원보다 싸게 팔리면 일반인들로서는 해당 거래를 알 수 없다.
실제 분당신도시 서현동에서 지난 8월 5억5250만원에 거래된 111㎡형 아파트는 공개 대상에서 빠졌고 같은 기간 6억원에 팔린 아파트만 열람할 수 있다.
급매물만 거래되는 최근 경향을 감안할 때 인터넷에 공개된 실거래가로 주택시장 분위기를 파악한다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실거래가 수준에서 집을 팔려고 내놓은 사람은 하염없이 매수자를 기다려야 한다. 집을 사려는 입장에선 바가지를 쓸 수도 있다.
정확한 가격 정보를 제공,합리적으로 주택시장에 접근토록 하려는 조치가 오히려 시장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는 꼴이다. 국토부에서는 '다운계약서' 작성 등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다운계약서는 별도로 조사하면 될 일이다.
세금 문제도 왜곡시킨다. 상속세나 증여세를 계산할 때는 실거래가를 파악하기 힘들어 주변 거래 사례를 참고한다. 보통은 인터넷에 공개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는데 거래가 일부만 공개되면 상속·증여세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낼 수도 있다.
국토부가 주택시장 현실에 맞게 실거래가 반영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거래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
박종서 건설부동산부 기자 cosmos@hankyung.com
"아이고,정부 발표 믿지 마세요. "(부동산 중개업자)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경기도 용인시에서 얼마 전 아파트 주인과 부동산 중개업자들 사이에 벌어졌던 분쟁의 한 토막이다. 중개업자들은 매물을 안 맡기겠다는 집주인들의 항의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매도호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거래된 계약서 사본을 모아 보여주기까지 했다.
중개업자의 항변은 맞는 말이다. 국토부가 매월 주택거래신고 실거래가격을 발표하면서 기준가액보다 상당히 낮게 중개업자가 신고한 가격은 분석 및 공개 대상에서 빼기 때문이다. '상당히 낮게 신고한 가격'이란 기준가액의 9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다. 기준가액이 6억원일 때 5억4000만원보다 싸게 팔리면 일반인들로서는 해당 거래를 알 수 없다.
실제 분당신도시 서현동에서 지난 8월 5억5250만원에 거래된 111㎡형 아파트는 공개 대상에서 빠졌고 같은 기간 6억원에 팔린 아파트만 열람할 수 있다.
급매물만 거래되는 최근 경향을 감안할 때 인터넷에 공개된 실거래가로 주택시장 분위기를 파악한다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실거래가 수준에서 집을 팔려고 내놓은 사람은 하염없이 매수자를 기다려야 한다. 집을 사려는 입장에선 바가지를 쓸 수도 있다.
정확한 가격 정보를 제공,합리적으로 주택시장에 접근토록 하려는 조치가 오히려 시장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는 꼴이다. 국토부에서는 '다운계약서' 작성 등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다운계약서는 별도로 조사하면 될 일이다.
세금 문제도 왜곡시킨다. 상속세나 증여세를 계산할 때는 실거래가를 파악하기 힘들어 주변 거래 사례를 참고한다. 보통은 인터넷에 공개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는데 거래가 일부만 공개되면 상속·증여세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낼 수도 있다.
국토부가 주택시장 현실에 맞게 실거래가 반영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거래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
박종서 건설부동산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