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글로벌 금융위기 대처 방안에 대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22일 프랑스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위기는 기존 금융감독 시스템이 현재의 금융계 변화에 맞춰가지 못함을 보여준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의 대개혁 또는 새 기구 설립을 주장한 것이다. "신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해 동의하느냐"란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새 국제기구를 만들 땐 신흥국가들이 함께 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이런 발언이 유럽이 주도하는 신브레튼우즈에 한국이 적극 동참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브레튼우즈를 놓고 유럽과 미국 간 시각차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경도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기존 체제를 개혁하든,새 기구를 만들든 개선 방법을 놓고선 국제사회의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뜻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신브레튼우즈 체제의 싹을 틔우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지난 13일 "세계의 지도자들은 60여년 전 루스벨트와 처칠이 브레튼우즈 체제를 만들었던 것처럼 국제 금융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용기와 통찰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이 동조하면서 힘을 받고 있다. 급기야 EU 순회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미 대선 직후인 내달 초 글로벌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키로 합의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1944년 출범한 브레튼우즈 체제는 IMF IBRD 설립과 미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도의 모태가 됐다. 그러나 1971년 닉슨 미 대통령에 의한 금태환 정지 선언 이후 기능이 일부 붕괴되면서 제2의 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

그러다가 이번 금융위기로 유럽을 중심으로 IMF 개혁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신브레튼우즈 체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난관도 예상된다. 미국은 금융감독 강화에는 찬성하지만 IMF의 틀은 유지하자는 주장이다. 특히 중국 인도 러시아 등 개도국들이 새 체제 논의에 어느 정도나 참가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홍영식/오광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