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을 돌려받아도 은행에 갚고 나면 빚만 더 남아요. "

건설사들이 토지공사나 주택공사로부터 아파트부지 매입계약을 해지하고 돌려받는 중도금 환불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건설사들이 택지 구입 자금을 조달할 때 대부분 은행 등 금융회사를 통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법을 썼기 때문.매입 계약을 해지하면 업체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거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돈을 더 마련해 은행에 갚아야 한다는 것.

한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PF를 일으키면 택지 매입 자금의 95~120% 범위에서 자금을 빌리는데 매입 계약 해지에 따른 계약금 10%를 제외하고 중도금을 환불받아 대출금을 갚고 나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없다"며 "돈을 마련하기 위해 땅을 되팔아도 빚을 계속 떠안아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예컨대 1000억원인 공동택지를 살 경우 950억원에서 1200억원까지 대출을 받는데 건설사가 매입 계약을 깨면 계약금 100억원을 제외하고 돌려받는 900억원으로는 950억원 이상인 PF 대출 자금을 갚을 수 없다.

한 중견 건설사 사업본부장은 "자기자본이 일부 포함된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계약 해지와 동시에 은행에 갚을 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이유 때문에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건설사들로서는 주공.토공과 맺은 택지 매입계약을 전부 깨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