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美의 7배ㆍ日의 2배
중개업소도 美의 5배…한은 "구조조정 불가피"

경기도 분당에서 음식점을 하는 A씨(45).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 과장에서 퇴출되면서 자영업을 선택한 그는 요즘 하루하루가 겁난다. 경기가 나빠 손님이 하나둘 줄더니 금융위기가 엄습하면서 매상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러다 종업원들 월급도 못주는 것 아니냐"라는 불안감에 하루에도 몇 차례씩 가슴을 쓸어내린다. A씨는 "주변에선 이미 몇 개 업소가 문을 닫았다"며 "자영업에서조차 퇴출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잠을 못 이룬다"며 답답해 했다.

경기 한파에 '잠 못드는 자영업'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국내 자영업의 경우 고부가가치형 서비스업보다 대부분 음식점 수리업 부동산중개업 숙박업 등 생계형 서비스업이 많아 경기 침체 시 큰 충격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22일 내놓은 '생계형 서비스산업의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생계형 서비스업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인구 1000명당 사업체 수를 보면 음식점은 한국이 12.2개로 미국(1.8개)의 7배,일본(5.7배)의 2배 이상에 달했다. 경쟁이 심한 만큼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가전제품 시계 구두 등을 고치는 수리업의 경우 한국은 1.9개로 미국(0.8개)이나 일본(0.8배)의 2.4배였다. 소매업도 한국은 12.7개로 미국(3.2개)의 3.9배였고 일본(8.9개)보다 많았다.

부동산중개업소는 한국이 1.5개로 일본(0.4개)의 4.1배,미국(0.3개)의 5.6배였다. 서울 강남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란 기대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면서 주택 거래가 뚝 끊겼다"며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는 업소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희 한은 조사국 과장은 "한국은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에 비해 부동산중개업 수리업 음식점업 등에서 경쟁이 과도하다"며 "앞으로 이들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높은 경쟁 강도와 함께 낮은 이익구조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풍부한 노동력,전문성 부족 등으로 생계형 서비스의 가격이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또 대형 할인점 등 기업자본의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의 영업기반이 빠르게 붕괴되면서 생계형 서비스업 내에서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시중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원화 유동성 경색마저 나타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경기가 지금보다 더 침체되면 상당수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커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내수부양책을 써서 고통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형 서비스산업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