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마저 대거 처분하고 있다.

22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날 통안채 등을 중심으로 1조원가량의 채권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2000억원가량의 채권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9월 위기설'이 불거졌던 지난달에는 오히려 4조7000억원 이상 채권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말이 다가오면서 결산 차원에서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채권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통안채 중도환매 등 정책당국의 원화 유동성 조치가 나오면서 통안채 가격이 강세(금리 하락)를 보이자 '이 기회에 처분하자'는 분위기가 가세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작년 하반기 이후 지난 5월 말까지 외국인의 상장채권 잔액이 46조원 이상 늘었다"며 "늘어난 잔액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어차피 나갈 돈이 나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 등으로 국고채와 통안채의 금리가 하락(채권가격 상승)하고 있어 외국인 채권 매도로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외국인 채권 순매도가 국내에서 자금 이탈이 이뤄지는 것으로 단정짓긴 어렵다"며 "재투자 기회를 물색하는 자금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가운데 채권마저 팔고 나가면 외환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외국인 채권투자는 대부분 원화와 달러를 맞바꾸는 통화 스와프거래와 연계돼 이론상으로는 외환시장에 직접 충격은 없지만 요즘처럼 외화거래량이 감소한 상황에선 의외의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책당국이 외국인 채권매매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용석/정재형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