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일본의 장기 불황기에 파산 직전까지 몰린 닛산자동차를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회생시킨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중대 결단을 내렸다. 대미 수출용 자동차를 만드는 일본과 영국,스페인 공장의 생산을 다음 달부터 최고 30%가량 줄이기로 한 것이다. 미국 시장의 판매 급감에 따른 고육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실물경제 침체로 번지면서 기업들이 감산에 나서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의 소비가 격감하자 생산을 줄여 장기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 어떻게든 살고보자는 '생존 모드'로 전환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제조업체들의 감산은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은 물론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도 양상은 마찬가지다.

업종별로는 생활용품과 자동차 등 소비재부터 철강 기계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용까지 거의 전 산업에 걸쳐 있다. 특히 자동차업체들은 존폐 위기에 몰릴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GM,크라이슬러,포드 등 미국의 '빅3'는 물론 잘 나가던 도요타 등 일본 메이커들의 판매도 급감하면서 일제히 감산에 돌입했다. 부유층을 타깃으로 해 온 독일 폭스바겐도 이날 스페인 공장 등의 생산을 다음 달부터 5% 줄이기로 결정했다.

'산업의 쌀'인 반도체도 글로벌 생산물량이 크게 줄고 있다. 세계 3위 D램업체인 일본 엘피다는 지난달 중순 이후 생산량을 10% 줄였다. 중국에서도 철강 자동차 업체 등을 중심으로 감산이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주문생산업체인 훙하이그룹은 연말까지 감산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국내 산업계의 감산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SK에너지는 이달 말 울산 NCC(나프타분해설비) 1공장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부터 LCD 패널 생산량의 10% 정도를 감산했고,하이닉스반도체는 8인치 반도체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GM대우차는 지난 15일부터 부평공장 승용2 라인의 휴일 특근은 물론 주간조 잔업을 중단했고 군산공장은 휴일 특근을 하지 않기로 했다.

존 켈치 하버드대 교수(경영학)는 "이번 위기가 1930년대의 대공황기보다는 심각해지지 않겠지만 앞으로 2,3년간 경기 침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고객과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생산 제품을 총점검해 재편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