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6843계약 선물 순매도 … "만기 분산돼 충격 미미" 견해도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선물 '헤지' 청산물량이 증시를 압박하는 변수로 부상하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증시 급락으로 ELS가 대거 '녹인(knock-in) 배리어'(원금손실 가능선)에 도달해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이 나올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주가가 급락하면서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매도우위로 돌아선 것도 ELS헤지 청산물량 탓이란 지적이다. 이날 증권은 선물을 6843계약(5190억원) 순매도했다. 이는 '9·11사태'가 터진 다음날인 2001년 9월12일(1만2679계약) 이후 7년여 만의 최대 규모다. ELS를 판매하는 증권사들이 증시가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내자 대거 선물 매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원금 비보장형 ELS는 대개 코스피200지수 등 기초자산 가격이 한 번이라도 최초 기준가격의 60∼70%(녹인 배리어) 수준으로 떨어지면 원금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며,투자수익률은 가입시점 대비 만기 때의 기초자산 등락률로 결정된다. 이에 따라 증권사는 헤지를 위해 사들였던 선물을 청산하기 위해 매도하게 된다. 그 결과 베이시스(선·현물 가격차)가 악화되면서 프로그램 차익거래 매물이 대거 쏟아져 증시를 압박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날 차익거래는 954억원 순매도였다.

증권업계에선 코스피200지수 선물 145선 근처에 ELS헤지 물량이 집중돼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날 지수선물이 145.50으로 장을 마쳤지만 장중엔 선물 매도가 쏟아지면서 145선이 깨지기도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융감독원에서 ELS 헤지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이날 증권사들이 이례적으로 많은 선물을 매도한 것은 ELS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애널리스트는 "ELS 헤지물량 우려는 지나치다"는 반응도 한다. 서준혁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ELS의 헤지방식이 과거와 달라져 한 번 헤지하면 만기까지 변경하지 않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 만기도 분산돼 있어 ELS 헤지로 인한 충격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며 "지난해 10월 이후 판매한 1년 만기 ELS 상품들이 선물시장 수급에 어느 정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일제히 만기가 도래해 동시다발적으로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은 작다"고 강조했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만약 특정 구간에 몰려있는 ELS들의 헤지물량이 나오더라도 나머지 ELS들은 주가가 떨어질수록 헤지용으로 선물을 더 살 것이기 때문에 폭발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 용어풀이 ]

◆ELS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이나 주가지수 등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주식은 2개의 대형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원금 비보장형'(원금보장추구형)은 대개 연 10%대 이상의 수익을 목표로 하며, '원금보장형'은 자산의 대부분을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고 일부만 파생상품으로 운용해 추가수익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