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원하게 뻗은 서해안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자동차.그런데 갑자기 앞에 산짐승으로 보이는 조그만 물체가 나타났다. 운전자는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서 왼쪽으로 급하게 핸들을 돌린다.

운전자가 핸들을 돌린 각도보다 차체가 덜 돌아가는 현상인 '언더스티어링'이 나타나면서 장애물과 충돌할 것 같은 위험한 상황이다. 바퀴에 장착된 센서와 급하게 회전시킨 스티어링휠에 장착된 방향감지 센서로 상황을 파악하고 차량 왼쪽 뒷바퀴를 자동 제어하는 숨은 안전장치가 있다면 어떨까. 이 경우 차량은 운전자가 의도하는 만큼 충분히 왼쪽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어 흔들림 없이 장애물을 피할 수 있다.

#2 동해안으로 가면서 가을 정취를 느끼려고 국도를 통해 대관령을 넘고 있는 한 가족.구불구불한 언덕길이 위험하기 그지없다. 들뜬 기분에 자동차 속도에 속력을 낸다. 갑자기 심하게 휘어진 커브길이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차량은 원심력 때문에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각도에 비해 차체가 더 도는 경향이 있다.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오버스티어링 상황이다. 운전자가 원하는 회전 방향에 따라 오른쪽 앞바퀴나 왼쪽 앞바퀴를 자동 제어시켜 차량 중심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장치가 있다면?

#3 여름 장마철 빗길이나 겨울철 살얼음 낀 출근길.교통신호에 따라 차를 세우려는데 미끄러짐 현상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 이때 자동차 바퀴 작동을 멈추고 푸는 동작을 반복해 제동력을 높이는 ABS 기능은 물론 미끄러운 노면에서 빠른 속력으로 코너를 돌 때 엔진출력을 줄여 차량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장치가 있다면?



이런 기능을 갖춘 장치가 바로 ESC(차량자세 제어장치·Electronic Stability Control)라는 첨단 브레이크 장치이다. ESC는 커브길이나 장애물이 출현하는 등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동차의 네 바퀴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바퀴의 미끄러짐과 차체가 돌아가는 각도를 자동 제어함으로써 방향을 안전하게 유지하도록 해 주는 첨단 기술이다.

ESC가 작동하는 원리는 이렇다. 먼저 각종 센서를 통해 수신되는 신호를 중앙처리장치가 파악해 운전자가 의도한 진행 방향과 실제 자동차의 진행 방향을 비교한다. 두 진행 방향이 다를 경우 운전자가 꺾은 핸들각도보다 더 적게 회전하는 언더스티어링 현상이나 반대로 운전자가 꺾은 핸들각도보다 더 크게 회전하는 오버스티어링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 ESC는 먼저 엔진의 출력을 감소시켜 차체를 안정시킨다. 엔진 제어만으로 자동차 자세가 안정되지 않으면 즉시 네 바퀴를 각각 다른 크기의 힘으로 제동한다. 이를 통해 운전자 의도대로 자동차가 안전하게 진행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도요타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실시한 실험에서 ESC를 기본 사양으로 장착할 경우 교통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50%나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SC가 운전 미숙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30%,치명적인 사고로 연결되는 차량 전복사고를 12% 각각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엔진의 출력을 조절해 줄 뿐 아니라 각 바퀴를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안전 주행의 수호천사'라 불리는 ESC 시스템.현재 유럽에서 운행되는 차종 대부분이 ESC를 장착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가 2003년 천안에 대규모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으로 ESC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대모비스는 스웨덴에 있는 동계테스트장에서 자체 개발한 ABS와 ESC 등 제동장치들을 테스트하며 관련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