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드라이버라면 누구나 평생을 바쳐서 우승하고 싶은 대회들이 있다. 바로 F1,WRC(월드랠리챔피언십),나스카,그리고 르망24시다. 이들은 세계 4대 메이저 자동차 대회로 불린다.

가장 혹독하다고 평가받는 대회가 바로 르망24시다. 대회 명칭에서 추측해 볼 수 있듯이 이 대회는 24시간 동안 펼쳐진다. 르망24시는 3명의 드라이버가 한 팀이 돼 약 13.7㎞의 서킷을 하루 동안 쉬지 않고 주행하기 때문에 차량의 내구성이 승부에 중요한 열쇠가 된다.

이 대회에서 놀랍게도 디젤 엔진을 장착한 한 모델이 2006년 데뷔 때부터 올해까지 3연패를 하고 있다. 바로 아우디 R10이다. 내구성이 가장 중요한 르망24시에 디젤 모델을 선보인 것은 포르쉐 박사의 외손자이자 폭스바겐 이사회 의장으로 있던 페르디난트 피에히의 아이디어였다.

포르쉐의 대주주이면서 포르쉐 911의 수평대향 6기통엔진을 개발할 만큼 탁월한 엔지니어였던 그는 디젤엔진의 르망24시 출전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공언'을 했다. 디젤엔진 차량의 르망24시 출전은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 디젤엔진은 압축점화 기관이어서 엔진 내 실린더의 최대 압력이 높다.

따라서 가솔린 엔진보다 높은 내구성을 필요로 하는 것은 물론 엔진 무게도 무거워진다. 공기와 연료를 균일한 혼합기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출력도 가솔린에 비해 낮다.

이 때문에 높은 출력과 가벼운 무게가 생명인 레이싱 대회에서 디젤엔진은 거의 쓰이지 않았다. 게다가 웬만한 가솔린 엔진들도 버티지 못하는 르망24시에 디젤 엔진이 시속 200㎞ 이상의 속도로 24시간을 내리 주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우디의 R10은 2006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린 르망24시 대회에서 1위와 3위를 차지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다.

아우디의 최신 디젤 기술이 집약된 R10의 무게는 925㎏에 불과하다. 12기통 5500㏄ 트윈터보디젤 엔진에서 뽑아낼 수 있는 출력은 650마력,토크는 무려 112㎏.m에 달한다. 이런 어마어마한 괴력을 3000~5000rpm의 실용영역대에서 뽑아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회 우승의 비결은 이 엄청난 토크를 바탕으로 한 디젤 특유의 힘,그리고 탁월한 연비에 있다. 다른 경쟁 가솔린 모델보다 피트 스톱(주유를 위한 중간 정차)을 줄임으로써 그만큼 효과적인 주행을 할 수 있었다.

르망24시 주최 측은 디젤 모델이 대회를 장악할까 우려해 올해 디젤 차량의 연료탱크 용량을 90ℓ에서 81ℓ로 줄이는 강수까지 뒀지만 R10은 올해도 여전히 우승컵을 차지했다.

최욱 수입차포털 겟차 대표 choiwook@getch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