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을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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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LG전자 부사장 jayhlee@lge.com>
가을이 왔다. 하늘은 한껏 높아져 푸른색으로 바뀌어 있고,차창 밖 들녘은 황금색으로 변하고 있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서늘하게 바뀐 새벽 기운이 자연스럽게 두꺼운 이불에 손이 가게 만든다.
계절 변화를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은 색색으로 변하는 주변의 높고 낮은 산들이다. 봄과 여름 내내 듬직하게 서 있던 산의 모습도 한두 군데 새색시 마냥 연지 곤지를 찍어놓은 듯하더니,가을이 제자리를 찾아갈 때쯤에는 마치 계절의 변화에 설렘을 표현하듯 빨강·주홍·노랑색이 알록달록 가득해진다.
이맘때의 등산은 그야말로 저절로 흥이 난다. 눈으로는 자연의 신비로운 변화를 좇아 그 아름다운 색의 마술을 즐기면서 같이 가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가을을 소재로 이 얘기 저 얘기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입 수험생 자녀를 둔 이에게는 곧 다가올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바라는 따뜻한 한마디가 전해지기도 하고,미혼인 신입사원들에게는 자연스럽게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준비가 됐냐는-결혼할 준비가 됐냐는-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피로를 잊곤 한다.
천고마비라고 하더니 사람들도 가을에는 마음이 부유해지고 더 따뜻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얘기를 나누며 등산을 하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 코 앞이고,오가면서 상대방과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시간을 갖게 된다. 처음 등산을 시작할 때의 다소 서먹서먹하던 관계가 한마디 농담에도 박장대소할 수 있는 인간적인,가을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사이로 바뀌곤 하기 때문이다.
가을 등산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은 이것만이 아니다. 등산을 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빨간 단풍잎을 보면 어릴적 책장 사이에 넣어두고 책갈피로 사용하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등산 과정에 힘들어 하다가도 예쁜 단풍잎을 얻으면 행여 잎에 생채기라도 날세라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시집이며 소설책 등에 끼워놓았던 기억들 말이다. 단풍잎으로 인해 시나 소설의 깊이가 한결 더했던 것처럼 이 글을 읽는 이들도 느껴봤던 추억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서재 한 켠에 꽂혀 있는 아끼던 책들 사이엔 고이고이 간직했던 붉은 단풍잎 하나가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산을 찾아 가을 단풍 구경을 해봐야겠다. 여러분도 가족 지인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가까운 산으로 발걸음을 해보는 것은 어떨지?
가을이 왔다. 하늘은 한껏 높아져 푸른색으로 바뀌어 있고,차창 밖 들녘은 황금색으로 변하고 있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서늘하게 바뀐 새벽 기운이 자연스럽게 두꺼운 이불에 손이 가게 만든다.
계절 변화를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은 색색으로 변하는 주변의 높고 낮은 산들이다. 봄과 여름 내내 듬직하게 서 있던 산의 모습도 한두 군데 새색시 마냥 연지 곤지를 찍어놓은 듯하더니,가을이 제자리를 찾아갈 때쯤에는 마치 계절의 변화에 설렘을 표현하듯 빨강·주홍·노랑색이 알록달록 가득해진다.
이맘때의 등산은 그야말로 저절로 흥이 난다. 눈으로는 자연의 신비로운 변화를 좇아 그 아름다운 색의 마술을 즐기면서 같이 가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가을을 소재로 이 얘기 저 얘기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입 수험생 자녀를 둔 이에게는 곧 다가올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바라는 따뜻한 한마디가 전해지기도 하고,미혼인 신입사원들에게는 자연스럽게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준비가 됐냐는-결혼할 준비가 됐냐는-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피로를 잊곤 한다.
천고마비라고 하더니 사람들도 가을에는 마음이 부유해지고 더 따뜻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얘기를 나누며 등산을 하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 코 앞이고,오가면서 상대방과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시간을 갖게 된다. 처음 등산을 시작할 때의 다소 서먹서먹하던 관계가 한마디 농담에도 박장대소할 수 있는 인간적인,가을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사이로 바뀌곤 하기 때문이다.
가을 등산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은 이것만이 아니다. 등산을 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빨간 단풍잎을 보면 어릴적 책장 사이에 넣어두고 책갈피로 사용하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등산 과정에 힘들어 하다가도 예쁜 단풍잎을 얻으면 행여 잎에 생채기라도 날세라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시집이며 소설책 등에 끼워놓았던 기억들 말이다. 단풍잎으로 인해 시나 소설의 깊이가 한결 더했던 것처럼 이 글을 읽는 이들도 느껴봤던 추억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서재 한 켠에 꽂혀 있는 아끼던 책들 사이엔 고이고이 간직했던 붉은 단풍잎 하나가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산을 찾아 가을 단풍 구경을 해봐야겠다. 여러분도 가족 지인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가까운 산으로 발걸음을 해보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