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를 끌어온 현대증권 노동조합과 이익치 전 회장 사이의 980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 재판이 노조의 일부 승소로 일단락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3일 현대증권 노조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98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 판결에서 "이 전 회장은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으로 현대증권이 납부한 70억원의 벌금과 현대중공업에 제공한 불법각서로 인해 현대증권이 본 피해금 980억원 중 198억원 등 모두 270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익치 전 회장과 현대그룹,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의 관계로 볼때 980억원 전액을 배상하라는 것은 적절치 않아 일부 승소 판결한다"고 밝혔다.

이익치 전 회장은 지난해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현대중공업에 지급보증 각서를 써준 혐의(업무상 배임)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었다.

이씨는 현대증권 대표이사로 있던 1997년 6월 현대전자가 현대투신 주식을 담보로 캐나다계 은행인 CIBC로부터 외자를 유치할 당시 현대중공업이 주식환매청구권 계약을 체결토록 유도하기 위해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고 현대증권 대표이사 명의의 지급 보증 각서를 현대중공업에 써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의 불법행위로 인한 회사의 손해를 노조와 소액주주가 연대해 책임을 물은 사례"라며 "향후 대기업 및 그룹이라는 미명하에 벌이는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근절시키는데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