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토의 60%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으며,지구상에서 네 번째로 다양한 생물종을 보유한 곳.연평균 기온이 섭씨 24도 전후로,한 달 최고 강우량이 300㎜를 넘지 않아 1년 내내 봄날씨가 계속되는 곳.지구상에 이런 곳이 있다면 아마도 인류의 고향인 에덴과 가장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 바로 남태평양의 섬나라 뉴칼레도니아다.

뉴칼레도니아는 남한 면적의 5분의 1 정도로 길쭉한 바게트 빵을 닮은 본섬 그랑 테르와 일데팡,리푸,오베아,마레 등 작은 섬들로 이뤄졌다. 원시의 모습을 간직한 자연뿐 아니라 요트항해,크루즈 여행,다이빙,골프,헬리콥터 투어 등의 다양한 레저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원시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누메아

뉴칼레도니아 수도 누메아는 그랑 테르의 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파랗고 투명한 바다와 산맥 그리고 세계 최대의 석호를 이루고 있는 빨간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다.

'작은 프랑스'라 불리는 누메아의 시내는 남태평양의 한가로운 분위기와 유럽풍 도시의 세련됨이 동시에 녹아들어 있다. 발코니가 있는 낡은 콜로니얼풍의 집들과 드넓은 광장,프랑스풍의 카페와 레스토랑들은 마치 프랑스의 파리를 연상시킨다. 특히 누메아 중심부 콩코티에 광장은 뉴칼레도니아 거리측정의 원점이 되는 곳.각종 상점들이 몰려 있다. 물가가 비싼 곳임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의 토산품들을 살 수 있다.

누메아 도심에서 약 10㎞ 떨어진 티나만의 치바우 문화센터는 뉴칼레도니아의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된 곳.원주민 카낙인들의 전통 가옥을 형상화한 치바우 문화센터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로서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렌조 피아노의 작품이다.

■볼수록 새로운 섬, 일데팡

산호초에 둘러싸인 일데팡은 길이 18㎞,폭 14㎞의 작은 섬이다. 인형 속에 작은 인형들이 계속 튀어나오는 러시아의 마트료슈카처럼 섬 깊숙이 들어갈수록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일데팡은 해양 레포츠 천국이다. 스노클링을 하거나 바닥이 유리로 된 보트를 타면 수중세계의 신비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데팡 해저는 협곡과 절벽이 발달된 스쿠버 다이빙 포인트.가슴 깊이의 바다에서 즐기는 파도를 가르는 윈드서핑과 카이트서핑도 짜릿하다.

피로그로 불리는 전통 카누를 타보는 것도 재미있다. 피로그는 배가 균형을 유지하도록 선체 반대쪽에 추 역할을 하는 통나무를 매달았다. 일데팡 유일의 마을인 바오에서 가까운 생 조세프 만이 피로그 여행의 출발점이다.

바다를 막아선 수면 높이의 바위 사이로 넘어온 바닷물이 고여 형성된 오로 풀은 천연 수족관.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는 바닥의 산호가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형형색색의 열대어를 구경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일데팡에 위치한 르메르디앙 일데팡은 멜라네시아 건축양식의 독특한 형태와 분위기가 조화를 이룬 리조트다. 발코니를 통해 반짝이는 석호와 수영장을 내려다 볼 수 있으며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레스토랑과 객실시설을 즐길 수 있다.

■생태의 보고, 블루리버 공원

뉴칼레도니아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될 수 있었던 것은 1600㎞에 달하는 암초에 둘러싸여 형성된 지상 최대의 석호와 2만4000㎢에 달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호초 섬 주위를 둘러싼 라군 덕분이다. 특히 본섬 그랑 테르의 남부에 있는 블루리버 공원은 이런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누메아에서 동쪽으로 50㎞ 떨어진 블루리버 공원은 철과 니켈 성분의 열악한 땅에 뿌리를 내린 3000여종의 식물들이 있다. 이 중 70%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희귀종으로 아로카리아,카오리,니아올리는 뉴칼레도니아를 대표하는 나무다. '그랜드 카오리'로 불리는 수령 1000년의 카오리는 높이 40m,지름 2.7m의 거목이다.

숲에서 만나는 카고는 날지 못하는 새로 뉴칼레도니아의 국조며 현재 400∼450마리 정도 남아 있는 멸종 위기종이다. 댐 건설로 생긴 야테 호수에 수장된 고사목 풍경은 '물에 잠긴 숲'이라는 별명을 되새기게 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