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익보다 현금흐름 주목

펀드매니저들이 기업 실적이 나타나는 '손익계산서'보다는 현금과 부채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대차대조표'에 주목하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차대조표를 근거로 각 기업의 현금과 부채의 변동 상황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박건영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아무리 이익이 많이 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유동성이 꼬이면 치명적인 상황으로 몰릴 수 있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펀드매니저들이 어느 때보다 대차대조표를 중요한 투자 판단의 잣대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대차대조표를 중요시하는 것은 요즘 시장 상황에 딱 들어맞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곽 연구원은 "향후 기업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실제로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도 '위기설'이 돌면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형편이라서 대차대조표가 주목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건설사 대차대조표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건설사는 아파트를 지어가는 단계별로 손익계산서엔 이익 규모가 커지지만,분양이 안 되면 결국엔 그동안 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허문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3분기와 4분기에 건설사들이 눈에 띄게 좋은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고 설명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