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에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증권유관기관들에 싸늘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금융시장과 실물경기 위기로 은행들을 비롯 주택공사 등 공기업들이 잇따라 연봉 삭감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는 데 반해 증권선물거래소는 연초에 하겠다던 자구노력을 계속 미루고 있고 증권금융 등은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아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주가 폭락으로 일반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상태이고 증권사들도 적자에 시달려 증권맨들이 우울증에 빠져 있는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한 증권회사 직원은 "온 나라가 경제위기로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도 유관기관들의 임원 연봉은 최고 10억원에 이르고 과장급도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을 보면 심리적으로 박탈감을 느낀다"고 허탈해했다.

실제 이들 기관의 직원 평균 연봉은 1억원이 넘고 복지 수준도 높다. 증권사에 비하면 업무 강도도 그리 세지 않아 심지어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 직원들조차 '신도 들어가기 힘든 직장'이라고 부러워할 정도다.

예탁원은 이미 연초에 감사원 감사에서 '방만 경영'이란 지적을 받았고 거래소는 금융감독원 감사와 검찰 조사까지 받았지만 지금까지 골프회원권 일부를 팔고 주식거래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 전부다.

이들은 조만간 자구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면서도 경영을 잘못해 국민의 세금을 수혈받는 은행과 비교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장경제에서 단순히 연봉이 높다고 시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연봉을 내리는 것도 비정상적이지만 예탁원을 제외하고 모두 공기업이 아닌데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은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들은 업무가 독점적인 데다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의 증권거래세를 수익으로 하는 만큼 공공적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예탁원만 공기업으로 분류돼 있고 정작 예탁원의 대주주인 거래소는 민간기업으로 돼 있는 것은 이상한 구조라는 지적이 많다. 지금은 증권유관기관들이 '신의 직장'을 즐길 때가 아니라 의무와 책임을 다할 시기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조진형 증권부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