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가뭄에 '물꼬' 기대
CDㆍ주택대출금리 인하 효과

정부와 은행들이 한국은행에 '환매조건부채권(RP) 방식'으로 은행채 매입을 요구하는 것은 은행채 매입이 자금시장 경색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은행채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당시 연 6.7% 미만이던 2년만기 은행채 금리(AAA급 기준)는 현재 연 7.8%에 육박하고 있다. '리먼 사태'로 은행의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신규 은행채 발행은 물론 기존 은행채를 차환 발행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문제는 은행채 시장의 한파가 은행 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저축은행이나 가계대출 금리 등으로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이 제대로 안 되자 자금조달을 위해 연 7%대 예금을 쏟아내고 있다.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저축은행에 예금금리도 오르고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마저 덩달아 상승했다. CD금리의 경우 최근 연 6%대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뛰고 담보대출자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하지만 한은 내부에선 은행채 매입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부도 위험이 없는 국고채나 통화안정증권 등을 대상으로 RP 매입을 해 왔을 뿐 신용 위험을 안고 있는 은행채를 매입 대상으로 한 적은 없다. 은행채를 대상으로 RP 매매를 해야 할 정도로 자금시장이 어려운가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은행채를 발행 은행으로부터 '직매입'하는 방안은 한은이 검토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직매입 방식을 원하지 않고 있다. 은행채 직매입은 시중 은행에 한은의 돈이 곧바로 들어가는 것이어서 사실상 정부자금이 직접 투입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은이 23일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2조5000억원 증액하면서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에는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성명에서 "시장 불안심리를 진정시키고 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 대출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제 침체 우려로 이번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 입장에선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연체율 등의 문제로 여전히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용석/유승호 기자 hohoboy@hankyung.com


용어풀이

◆환매조건부채권(RPㆍRepurchase Agreements)=은행이 단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국고채나 통화안정증권 등을 한국은행에 매각한 뒤 약정기간이 지나면 되사는 계약을 말한다. 한국은행은 시중자금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RP 매매를 활용하고 있다. 부도 위험이 없는 채권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 자금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은행채를 RP 매매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