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샤넬 28%…프라다 15% 등 잇단 가격인상

"고객님,조만간 가격이 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거면 지금 구입하시는 게 좋아요. "

23일 백화점 '샤넬' 매장을 들른 직장인 정효민씨(32)는 가격이 인상될 것이란 매장 직원의 귀띔에 귀가 솔깃했다. 평소 점찍어 둔 가방인데 가격이 비싸 망설였지만 더 오르기 전에 사는 게 낫다는 생각에 바로 카드를 긁었다.

환율 폭등의 여파로 루이비통·샤넬·구찌 등 특급 명품 브랜드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인지도가 낮은 수입브랜드나 국내 중소 패션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과 달리 특급 명품들은 국내 명품 열풍에 힘입어 환율 상승분을 고스란히 가격에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인지도가 낮은 수입 브랜드나 국내 중소 패션업체들이 매출 부진으로 가격 인상은커녕 브랜드를 접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달 들어 '불가리'가 7%,'에르메스'가 15%(시계) 각각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샤넬'이 다음 달 1일부터 스테디셀러인 '2.55 클래식 백' 등 10개 인기품목 가격을 평균 28% 인상한다. 300만원대인 가방이 100만원 가까이 뛰는 셈이다. 또 '구찌'와 '프라다'도 다음 달부터 가방 가격을 각각 5%,15% 올린다. 이에 따라 명품 매장마다 오르기 전에 사자는 소비자들이 늘어 샤넬의 경우 이달 들어 22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69%나 급증했다.

가격 인상 명분은 '환율 탓'이다. 해외 본사에서 제품을 들여올 때 적용하는 환율이 이달 현재 유로당 1794원,달러당 1327원 선으로 작년 12월(유로당 1365원,달러당 938원)에 비해 각각 31.4%와 41.5% 뛰었다는 것이다.

올 가을·겨울시즌 신제품이 입고된 지난 6~9월 미리 가격을 올린 명품 브랜드들도 수두룩하다. 지난 6월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인상률 11%)와 '에트로'(20%)가 가격을 인상했고 9월에는 '까르띠에'와 '루이비통'이 20%가량 올렸다.

모든 제품을 한꺼번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가방,액세서리 위주로 가격을 인상했다. 단순히 환율 탓이 아니라 명품 붐에 편승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속셈이다. 그 결과 올초에 비해 액세서리는 평균 20%,의류는 12%가량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내년이 더 문제다. 한 백화점 명품 바이어는 "대부분 명품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며 "올 가을·겨울시즌 물량 구매가 끝난 브랜드들은 내년 봄·여름 제품부터 인상된 가격을 반영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가격 인상폭이 환율 상승분을 밑돌아 수익성이 좋지 못하다"며 "내년에는 고객들의 가격 저항이 있더라도 수익성과 면세점 압박 등을 감안해 인상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