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줄이기 기업'에 충고

"불황기를 극복하려면 가급적 컨설팅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

골드랫 컨설팅 리사 샤인코프 북미담당 이사는 24일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열린 한국TOC경영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기업이 어려움에 빠졌다고 외부 컨설팅에 의존하면 비용 절감,마케팅 강화 등 부분적 효율성 개선에만 집중하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샤인코프 이사는 "컨설팅을 받다 보면 되레 위기 대처 속도가 떨어진다"며 "지금 같은 위기에선 스스로 체력을 검증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회사의 역량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회사 전략 달성을 위해 부서별로 필요한 조건과 전술,병행조건,충분조건 등을 명시해보는 것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전략 달성을 위한 재고 부서의 필요 조건이 재고 회전율 개선이라면 이를 위한 병행조건으로는 그동안 비효율적이었던 예측 기반 재고관리를 소모량 기반 재고관리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에 맞춰 전술과 충분 조건도 나온다. 이처럼 각 부서 업무의 개선 가능성을 파악하고 회사 전체 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불황기에 업계 순위가 자주 뒤바뀌는 것도 선두 기업이 자신의 최대 역량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일단 정리해고 등을 통해 몸집부터 줄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기업은 요동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속도의 완급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마라톤구조로 바꿔야 생존할 수 있다. 시장 변동에 상관없이 꾸준히 매출을 키워가는 인도의 타타그룹이 대표적인 롤 모델입니다. "

샤인코프 이사가 몸담고 있는 골드랫 컨설팅은 TOC(Theory of Constraints·제약이론)의 창시자인 엘리야후 골드랫 박사가 설립했다.

TOC는 1970년대 생산라인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컨설팅 방식을 제안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생산 프로세스 중 가장 속도가 떨어지는 부분을 찾아내 개선하고 이를 통해 전체 공정을 단축해 납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원리다. 그 후 TOC는 경영계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며 기업의 대표적인 경영 혁신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전 세계 80여곳의 TOC 실행 기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재무 성과 증가율이 73%에 달했다고.

샤인코프 이사는 "기업의 각종 가치를 계량화하고 회사 전체 조직 구조를 이에 맞게 동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실행 4년 후 순이익을 실행 첫 해 매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기본 골자"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한국TOC협회가 공동 주최한 포럼에는 200여명의 국내 기업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동부하이텍 등 15곳의 국내 기업과 기관,대학의 TOC 활용 사례가 발표됐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