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차량 번호판 가격만 올린다" 반발
물류대란 예방 효과 vs 영세업체 줄도산 우려


물류·운송업체들에 화주(貨主)나 알선업체로부터 받은 화물 물량의 최고 50%까지를 회사 소속차량(직영과 일부 지입차량 포함)으로 처리토록 의무화한다는 내용의 정부와 여당 간 잠정 합의에 대해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신규 화물차량의 등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회사 소속차량 비율을 늘리도록 하면 기존 차량번호판 권리금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게 반발의 골자다.

◆영세업체들에 직격탄

당정이 직접 운송 의무비율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장기적으로 불투명한 다단계 물류구조를 뜯어고치고 당장엔 매년 되풀이되는 화물연대(지입차주)의 집단운송거부 사태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당정이 국내 화물운송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다단계 운송 구조다. 화물운송제도 개선 TF팀 관계자는 "지입차주에 화물을 알선하고 수수료만 챙기는 '이름만 운송회사'인 곳이 난립하고 있다"며 "주선업체가 1만3000여개로 운송업체(9000여개)보다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운송시장이 왜곡돼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주선회사,운송사,겸업업체로 운송업체를 분류해 의무비율을 확정할 계획이다. 화주로부터 물량을 받아 운송사에 넘기는 주선업무만 하는 업체는 하청을 준 운송업체가 재하청을 하거나 직접운송 의무비율을 지키지 못할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삼성로지텍 글로비스 등 대기업의 물류자회사가 주선업무 외에 운송사업을 겸업할 경우 겸업업체로 분류,직접운송 의무비율을 지키도록 강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글로비스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물량을 받아 하청을 주는 주선업무만 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운송업을 겸하게 되면 직접 차량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이들 대부분이 직영 화물차를 보유하지 않고 지입차로 운영하고 있다"며 "대기업 물량을 통째로 받아 일부는 주선업체에,일부는 운송업체에 다시 나눠주는 과정에서 다단계 거래를 촉발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한통운 한진 현대택배 등 운송전문 대기업은 직영차량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어 별다른 영향이 없다.

◆화물차량 품귀현상 우려

정부가 직접운송 의무비율제도 도입에 앞서 2~3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한 것은 업계의 반발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의 원인을 화물차량의 공급 과잉으로 판단,신규 화물차량 등록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신규 차량 등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도가 시행되면 직접운송 의무비율을 지키기 위해 너도나도 기존 영세업체들의 차량 확보에 나서게 돼 '차량번호판' 가격에 거품이 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직접운송 의무 비율을 어느 선에서 결정할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국토해양부가 제도 도입을 앞두고 물류업체들의 직접운송 비율을 조사한 결과 50%가 넘는 업체는 대한통운 등 몇 개 업체에 불과했다. 당장 50%를 적용할 경우 집단반발이 예상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목표는 50%지만 결정된 게 없다"며 "오는 29일 당정협의회를 갖고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민/김유미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