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지적되는 부분은 선제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강조했지만 결과는 늘 뒷북이다.

키코(KIKO) 사태,건설업계 위기,은행 유동성 문제,9월 위기설 등에 대한 정부 대응은 너무 늦었고 단편적이었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뒤늦게,그것도 찔끔찔금 대책을 발표하다 보니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된 것이다. 위기에 가장 중요한 정부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는 셈이다.

환헤지 상품 키코로 인한 손실문제는 올초부터 현실화됐지만 정부의 공식 방침은 '사적인 계약이므로 개입할 수 없다'였다. 하지만 키코로 인해 흑자도산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적극적인 대책 마련으로 선회했다. 이미 타격을 받은 후였다. 정부가 건설업계 대책을 내놓은 것도 건실한 중견 업체까지 위험하다는 평가가 나온 후였다.

9월 위기설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금융위 관계자는 그때 "왜 이런 허무맹랑한 얘기가 나오는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고 말했었다. 나중에 보니 당시 이미 은행들의 유동성 문제가 잉태되고 있었던 셈이다. 10월 들어 세계 각국이 은행 간 채무보증을 시행할 때도 정부는 "아직은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영국이 지난 8일 이 조치를 발표했고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 호주는 13일까지 대부분 이에 동참했다. 우리나라는 19일이 돼서야 은행 대외 채무 지급보증 발표가 나왔다.

최근 정부와 한국은행은 시중은행들의 은행채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 또 다음 주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태까지 뒷북만 쳤다'는 비판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이 같은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