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에 바쁜 CEO들 대거 불러놓고
잘 모르고 질문하곤 답변하려면 "됐어요"

"환율 때문에 휘발유 가격을 내리지 못한다는데 2004년 1144원하던 환율이 2006년 955원으로 떨어졌죠? 그럼 영업이익이 더 나야 하는데 왜 떨어졌죠."(조경태 민주당 의원) "환차손은 영업외손익이라 당기순이익에…."(김준호 SK에너지 사장) "거짓말하지 마세요. "(조 의원) "제가 답변 좀…."(김 사장) "됐어요. "(조 의원)

23일 국회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장.환율이 45원이나 급등해 기업들에 온통 비상이 걸렸던 이날 3시간을 국감장 밖에서 기다리다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질의를 받은 김 사장은 하고 싶은 말도 못한 채 증언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환차손은 영업이익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조차 모르는 조 의원으로부터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기만 했다.

나완배 GS칼텍스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3시부터 기다리다 8시에나 증언대에 불려나간 나 사장에게 조 의원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6월 에너지 포럼에서 정유사 영업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한 건 2분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 점을 감안하면 국민을 기만한 발언"이라고 몰아붙였다. "3분기에 정제마진도 줄고 환율도 나빠져 적자를 내고 있다"는 나 사장의 항변에 조 의원은 "됐어요"라며 답변을 막았다.

이날 정무위에는 11명의 기업 CEO들이 대거 증인으로 참석했다. 김 사장,나 사장을 포함한 3개 정유사 사장들과 4대 자동차 업체 사장,3대 백화점 사장,강정석 동아오츠카 사장 등이었다. 당초 정무위가 이들에게 출석을 요구한 시간은 오후 2시.하지만 회의는 점심시간을 이유로 3시로 연기됐으며 이마저도 국무총리실에 대한 국감이 덜 끝났다는 이유로 1시간 이상 늦춰졌다. 그동안 CEO들은 국감장 옆에 마련된 증인 대기실에 멍하니 앉아 있거나 국감장 주변을 배회해야 했다.

지방 현장에 있던 CEO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올라왔다는 A사 관계자는 "공항 대기시간까지 3시간이 걸려 국감에 나왔더니 감사가 연기됐다고 해 다시 1시간을 차안에서 기다렸다"면서 "증인 대기실에 나와 있으니 업무도 볼 수 없고 답답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B자동차 임원은 "오늘같이 환율이 폭등하면 수출 기업들은 비상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 환헤지와 원자재 수급 문제부터 최고경영자가 판단해줘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며 한숨을 쉬었다

유창재/노경목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