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삼 감독의 '페이첵'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미래를 알고 싶어했던 사람들 때문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첵'에서는 렌즈의 기술을 이용해 미래를 보는 기계를 만들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세 명의 예지자를 내세워 미래의 범죄를 예측하려 했다. 인간은 미래를 알고 싶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동물이다. 너무나 미래를 알고 싶어서 막대한 돈을 들여 예측 모델을 만들어 놓고 그 결과가 바로 미래라고 믿어 버린다.

과연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월가의 투자 전문가이자 수학자인 니콜라스 탈레브는 ≪블랙 스완≫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생각,만능이라고 믿었던 예측 모델의 함수들이 사실은 자그마한 망원경으로 바라본 세상이 전부라고 믿는 것 같은 오류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블랙 스완(검은 백조)'은 무엇일까. 18세기까지 사람들은 이 세상의 백조가 모두 하얗다고 믿었다. 그러나 제임스 쿡 선장이 호주에서 검은 백조를 발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검은 백조를 본 일이 없다고 해서 모든 백조가 하얗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미래에 일어난다면 과거의 경험만 믿고 쌓아 올린 지식은 붕괴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블랙 스완'은 극히 예외적이며 알려지지 않았고 가능성도 없어 보였지만 일단 등장하고 나면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이다. 그는 '블랙 스완'이 역사적 사건에서부터 우리 일상의 소소한 일들까지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9ㆍ11테러를 예로 들어 보자.미국은 테러 방지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들였고 수십년간 예측 모델을 개발했지만 결국 테러를 막지 못했다. 3400명의 인명 피해는 물론 세계 경제와 안보 정책을 바꾸었고 전쟁까지 일으켰다.

작년 말부터 나타난 서브프라임 사태는 어떤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자율이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써서라도 집을 샀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깨지면서 집값 하락,대출금 상환 연체,금융회사 부실,경기 침체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블랙 스완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은 12개 출판사에서 퇴짜 맞았다고 한다. 출판업자들은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들에게 판타지 소설은 먹혀들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해리 포터 시리즈는 65개국에서 3억7000만부나 팔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블랙 스완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까. 저자는 우리의 본능적인 오류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모든 사건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라 믿고 혼란스러운 현실을 범주화하며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과거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동원하면 완벽한 예측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통계의 정규 분포 함수 안에서 미래를 생각하지만,실제로 세상을 바꾼 9ㆍ11테러나 해리 포터 시리즈는 그 끝에 있는 '극단값'이라는 데 우리의 오류가 있는 것이다.

저자는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예측에 집착하기보다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보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의심하고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우연적인 사건,불확실한 것을 많이 시도해 보라고 한다. 물론 우리는 일상의 99.9%가 계획하고 생각했던 일들로 채워지는 평범의 왕국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 올지 모르는 0.1%의 블랙 스완이 있는 극단의 왕국에 발을 들여놓을 가능성도 항상 열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의 오류를 날카롭게 짚어 내고 세상을 보는 통찰력과 미래를 생각하는 감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뛰어난 저서다. 저자의 독특한 위트가 빛나는 문장과 만날 수 있는 매력도 있다. 읽을수록 모든 것이 불확실한데 예측도 할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불안과 걱정에 휩싸일지 모르지만 그럴 때마다 저자가 '내가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조금은 미안하기도 해.하지만 어쩌겠어,세상이 다 그런 것을' 하면서 웃고 있는 것 같다.

류희숙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