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번 여행으로 인도를 알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땅덩어리는 한반도의 15배,인구는 남한의 25배가 넘고,그 속은 또 더 복잡다기한 곳이 인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도여행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인도를 상징하는 관광지 몇 곳,자이푸르와 아그라,그리고 바라나시 등지를 돌면 인도의 속살을 제법 구경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 세 도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타지마할을 비롯 인도의 문화유산과 사람들의 적나라한 생활상을 함축해 볼 수 있는 곳이어서다.

■핑크 시티,자이푸르

자이푸르는 '핑크 시티'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인 1876년 이 지역을 다스리던 왕 자이 싱 2세가 웨일스 왕자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뜻에서 시가지 전체에 분홍색 페인트를 칠하도록 하면서 핑크 시티가 됐다. 도색작업을 맡은 업자가 다양한 색깔의 페인트를 구할 수 없어 모든 벽에 분홍색 페인트를 칠하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구시가지 한복판에 있는 하와마할(바람의 궁전)이 자이푸르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후궁들의 궁전인 하와마할은 1000여개에 가까운 창틀만으로 된 모습이 이채롭다. 바깥 사람들과 접촉할 수 없던 후궁들이 몸을 드러내지 않고 이 창을 통해 거리 풍경과 행사를 훔쳐봤다고 한다. 하와마할 뒤에 자이푸르의 왕이 살던 '시티 팰리스'가 있다. 인도에서 다섯번째로 크다는 샹들리에가 볼 만하다. 마당 한구석에 놓여 있는 은항아리는 세계에서 제일 크다고 한다.

자이푸르 시가지 곳곳에 있는 시장은 인도인의 일상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하와마할 근처에 있는 조하리 바자르가 보석시장으로 유명하다. 에메랄드,자수정,황수정 등의 품질을 높이 쳐준다.

암베르는 자이푸르 왕국의 옛 수도로 시내에서 10㎞쯤 떨어진 바위산 기슭에 성이 있다. 붉디붉은 사암과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성은 힌두양식과 이슬람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성 주변에 수로가 있어 멀리서 보면 성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성내의 정원과 보석,거울,스테인드 글라스로 꾸며진 궁전 안이 화려하다. 여행객들은 주로 코끼리를 타고 성까지 간다.

■무굴제국의 수도,아그라

아그라는 16세기 전반부터 300여년간 인도를 지배했던 무굴제국의 수도였다. 수많은 유적 중 타지마할이 으뜸으로 꼽힌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5대왕 샤 자한이 그의 두 번째 왕비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궁전 형식의 무덤이다. 뭄타즈 마할은 1629년 샤 자한이 인도 남부지역으로 출정한 사이 15번째 아이를 출산하다가 38세 나이로 세상을 등졌다. 뭄타즈 마할을 끔찍이도 사랑했던 샤 자한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묘궁을 짓기로 결심했다. 매일 2만여명의 인부를 동원했고,세계 각지에서 보석 장식품이며 건축자재를 들여왔다. 그렇게 22년,마침내 타지마할이 완성됐다. 타지마할을 완공한 샤 자한은 타지마할과 똑같은 건축물을 짓지 못하도록 기술자들의 손을 잘랐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타지마할은 무덤이 아니라 왕궁 같은 느낌을 준다. 정면 중앙의 직사각형 수로를 중심으로 한 정원과 이슬람 사원에서 볼 수 있는 미나렛 및 본전 모두가 정확히 대칭을 이루고 있다. '청자빛 땅 위에 세워진 가장 완벽한 진주'란 찬사를 들을 만하다. 타지마할은 시시각으로 색깔이 변해 더욱 신비롭다.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흰색에서 핑크빛,황금빛으로 변한다. 날씨에 따라 보라색이나 파란색을 띠기도 한다. 은은한 달빛이 어린 한밤의 타지마할도 몽환적이다.

■영적으로 충만한 도시,바라나시

바라나시는 기원 전부터 산스크리트로 알려져 온 고도로 힌두 7개 성지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인도신화에서는 일곱 성자들의 축원을 가상히 여긴 비슈누신이 이 도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바라나시는 갠지즈 강을 따로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도시는 히말라야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이곳에 이르러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 흐르는 갠지즈 강가에 자리하고 있다. 갠지즈 강은 힌두교도들이 '인도의 어머니' 강가 여신으로 숭배하는 인도의 젖줄.이 강물에 온몸을 적시면 자신의 모든 죄가 씻겨나간다고 해서 늘 순례객들로 북적인다. 순례객은 연평균 100만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바라나시에 오기 어려운 사람들은 윤회로부터 해탈하기 위해 화장을 하고 남은 재만이라도 갠지즈강에 뿌려지기를 원한다고 한다. 강의 한쪽에서는 시신을 화장하는 장례식이 진행되기도 한다. 화장 뒤에 남은 재는 그대로 강물에 뿌려지고 사람들은 그 탁한 강물에서 목욕을 한다.

바라나시에는 무수한 사원이 있다. 대표적인 게 비슈오나트 사원이다. 황금으로 도금한 돔으로 유명하다. 사원 내에는 시바신을 상징하는 남근석이 모셔져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