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가능성에 세금혜택도

글로벌 금융시스템 위기로 원·달러 환율은 일중에도 100원을 오르내리고 코스피지수의 지지선이 수차례 하향됨에 따라 펀드 투자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난 19일 정부의 증권펀드 세제지원 방안이 발표됐다. 지원 방안의 주요 내용은 국내 주식펀드에 적립식으로 3년 이상 가입한 경우 납입 금액의 일정 비율 소득공제 및 배당소득 비과세의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하였으나 그 효과의 크기를 떠나 조금이나마 투자자의 얼어붙은 심리를 녹여 주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식형펀드 지원 방안의 적용 대상을 '적립식' 투자로 한정하고 있어 다시금 적립식펀드가 국내 간접투자 시장 및 개인 자산 관리의 위기 탈출을 위한 구원 투수로 등장하게 됐다.

그러나 최근 적립식 판매현황 자료나 고객상담 현장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지난 8월엔 주식형펀드 적립식 계좌 수가 전월 대비 감소했고 판매잔액 증가율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적립식 자동이체를 중단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계좌 수만 해도 1400만개에 육박하니 이제 투자자에게 적립식이라고 하면 식상하게 들릴 법도 하다. 게다가 지난 1년간 주식시장 하락 국면에서 30% 가까이 하락한 거치식 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실폭이 작다 하더라도 적립식 투자라고 해서 손실을 피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망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실망감으로 적립식 투자를 접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다. 적립식 투자의 역사가 3~4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적립식 투자의 진가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적립식 투자의 원리는 장기적인 분할 매수를 통해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투자 시점을 분산해 준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적립식 투자 효과가 배가되는 것은 주식시장이 하락한 후 상승하는 국면에서이다.

적립식 펀드의 경우 지속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구간에선 거치식 투자 성과의 50~60%에 불과하며 지난 2년간의 시장 국면에서와 같이 상승 후 하락 국면에서는 평균 매입단가만 높아져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지난 3년 이내에 적립식 투자를 시작한 경우라면 현 시점에서 적립식 자동이체를 중단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의사 결정이며 아직 투자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현 시점이 투자 수익을 최대화하고 세금 혜택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금융시장이 요동 치는 현 상황에서 위험 관리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적립식 자체가 위험 관리의 한 방편인데 이러한 위험관리 방법을 해제시켜 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때마침 발표된 기존 투자자를 포함한 장기 적립식투자 세제지원 방안을 단순히 미봉책이나 사탕발림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이유다. 시장의 격랑으로 지친 마음을 추스르고 초심으로 돌아가 투자 원칙을 되짚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 이사 gordon.cha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