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시장독재 끝났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3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연내 국부펀드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이와 별개로 1750억유로(2237억달러)의 정부 자금을 향후 3년간 프랑스 경제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남동부 지방인 안시를 방문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의 금융위기가 '시장의 독재'를 종식시켰다"며 "국부펀드가 국제적인 신용위기로 위협을 받는 중요한 전략기업 등을 보호하는 데 광범위하게 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기업을 약탈자 손에 맡길 수 없다"며 "석유 생산국이나 중국 러시아가 하는 것을 프랑스가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그동안 중동 국가와 중국 러시아 등이 거대한 외환보유액을 실탄으로 한 국부펀드를 내세워 서방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데 대해 위협론이 불거져왔다.

이와 관련,로랑 보키에즈 프랑스 고용장관은 이날 현지방송과의 회견에서 국부펀드 규모는 1000억유로(1278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키에즈 장관은 "사르코지 대통령은 국부펀드를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제안했으나 동의하지 않는 회원국들도 있었다"며 "프랑스 차원에서 국부펀드를 설립해 필요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채비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럽 차원의 국부펀드 설립에 반대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ASEM(아시아ㆍ유럽 정상회의)이 열리는 베이징에서 별도로 회담을 갖고 이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더 타임스가 전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사르코지 대통령이 정부 개입이 많았던 과거 프랑스 모델과 아주 유사한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