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2%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외국계 은행과 평가기관을 중심으로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부터는 신흥 개도국도 경기 하강세로 진입해 그간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마저 둔화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오석태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24일 "한국은 이제 막 어두운 터널에 진입했다"며 "한국의 성장률은 올해 4.2%,내년 2.2%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는 이미 고점 대비 절반 밑으로 떨어졌고 내수 위축과 실업 증가의 악순환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2%로 전망했고 호주의 투자은행 맥쿼리는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한 보고서에서 내년 성장률을 2.5%로 제시했다.

UBS는 2.9%의 성장률 전망을 내놓았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를 당초 5.2%에서 지난달 4.5%로 내린 데 이어 오는 12월에는 이보다 낮춘 새로운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3.6%),LG경제연구원(3.6%),한국경제연구원(3.8%) 등 국내 연구소들의 전망치도 3%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국계 기관의 전망이 더욱 비관적인 것은 그들이 현재의 금융위기에 대해 더욱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내수 경기를 일으킬 수 있는 뚜렷한 처방이 나오지 않으면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