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맥없이 1000포인트 밑으로 추락한 24일 여의도 증권가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래도 코스피1000은 지켜질 것이란 일말의 기대가 무너지자 객장을 찾은 투자자는 물론 증권사 직원들도 "우리 증시가 이렇게까지 무너져 내릴 줄은 몰랐다"는 탄식을 쏟아냈다. 명동지점의 한 투자자는 "신용융자를 얻어 투자했는데 주가가 반토막은 커녕 3분의 1로 추락했다"며 "우량주인데 깡통계좌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세계 공황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주가가 이럴 수 있느냐"며 허탈해했다.

◆…이른 아침부터 증권사 영업점을 찾은 고객들은 주식시장이 이틀간 큰 폭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저버린 채 하락세로 출발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또 폭락하자 짜증을 내며 자리를 떴고 직원들도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기 괴롭다"며 인근 카페로 자리를 피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대신증권 여의도 지점을 찾은 한 투자자는 "지수가 1000이 바닥이라더니 진짜 800포인트까지 내려가는 게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선 영업점에서는 ELS(주가연계증권) 고객들의 항의전화가 특히 많았다. 비교적 안전한 상품으로 권했는데 주가가 워낙 크게 떨어지다 보니 대부분 40% 이상의 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우편으로 ELS 손실 상황을 통보받은 고객들은 대부분 증권사에서 손실 가능성에 대해 별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분개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남명우 평촌지점장은 "투자자들이 한두 개 상품에서 손실이 났을 때는 그냥 넘어갔지만 대부분의 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하자 참지 못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온라인으로 ELS에 가입한 투자자들까지 항의성 전화를 하고 있다"며 "워낙 여러 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하다 보니 투자자들의 전화를 받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시장을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무력한 모습이었다. 한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이렇게까지 빠질 이유를 찾기도 힘들고 모니터를 보고 있기도 지친다"며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힘없이 말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지겨운 10월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며 "1000포인트 밑에서는 주식을 사야 할 것 같은데 섣불리 손이 나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전략팀장은 "주가는 분명 과매도 국면이지만 국내의 잠재적 부실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이 극단적인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