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증권사ㆍ운용사에 RP방식 2조 투입

한국은행이 24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2조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자금을 공급키로 한 것은 극도에 달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서둘러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자산운용사의 주식형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면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일시에 2조원을 공급할 경우 최근 단기운용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증권사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4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증권사의 CMA 잔액은 지난 17일 기준으로 30조59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CMA는 최근 한 달 사이에 1조9300억원 급감했다. 특히 개인 고객들의 자금 이탈이 두드러진다. 이 기간 동안 법인 자금은 1700억원가량 감소한 데 반해 개인들이 맡긴 CMA 는 1조7600억원 넘게 줄었다. 증권사 CMA는 하루만 맡겨도 연 5% 이상의 수익률을 준다는 점을 내세워 은행의 보통예금을 대체하는 유력한 금융상품으로 각광받았으나 최근 금융위기로 상황이 역전됐다.



CMA 잔액은 매월 꾸준히 증가해 지난 8월 32조원을 돌파했지만 9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30조원대로 내려앉았다. 고객들이 수익률보다는 안전성 중시로 돌아선 탓이다. 이 때문에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최근 콜머니 차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폭락으로 대부분의 펀드가 반토막난 자산운용사들도 상황이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국내와 해외 주식형펀드의 잔액 합계는 136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주가 폭락으로 순자산 기준으로는 82조원대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주가 하락이 길어지면서 환매 요청도 꾸준히 늘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8월 2조3000억원대였던 주식형펀드 환매액은 9월에는 3조원대로 늘었고 이달 들어서도 이미 2조1000억원이 환매됐다. 그나마 채권형펀드는 이달 들어 1조원가량 잔액이 감소하는 데 그쳤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채권형펀드는 환매가 몰릴 경우 먼저 환매한 고객보다 남아 있는 가입자의 피해가 급격히 커지기 때문에 주식형펀드보다 펀드런에 더 민감하다"며 "아직까지 채권형상품에서는 큰 동요가 없지만 비상시에 대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한은이 2조원의 자금을 직접 공급한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며 "콜머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증권사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