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위축ㆍ업황부진ㆍ경쟁심화 등 우려

삼성전자가 3분기 본사 기준 영업이익 1조원을 지켜냈다. 8000억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비교적 양호한 실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속에서 삼성전자가 나름대로 이익관리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4분기부터 본격적인 '불황 모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24일 삼성전자 주가가 전날보다 13.76% 떨어진 40만7500원까지 폭락한 것도 4분기 실적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기 침체,업황 부진 더 심해질 것"

주우식 삼성전자 IR팀 부사장은 이날 서울 삼성본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4분기 실적 전망이 어둡다"며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계절적 성수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위축과 업황 부진,가격 경쟁 심화를 3대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주 부사장은 우선 신흥시장의 제품 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 등 선진 시장에 이어 외환위기에 몰린 동유럽과 남미 등 신흥시장의 제품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업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도 악재다. 반도체와 LCD 패널 가격의 폭락으로 후발 업체를 중심으로 감산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초과 공급을 해소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는 "내년에도 반도체 가격은 D램이 30%,낸드플래시가 40%가량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 부사장은 "완제품 분야에서는 가격 경쟁 심화가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TV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디지털미디어 부문에서 3분기에 영업이익을 전혀 내지 못한 것은 TV 부문의 가격 경쟁 때문"이라며 "엇비슷한 수준의 가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경쟁 업체들은 적자를 면치 못할 만큼 상황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내년 전략은 '공격적 버티기'

삼성전자는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2분기까지 감산을 하거나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불황에 대대적인 투자를 벌여야 호황이 왔을 때 과실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업황 악화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공격의 고삐를 다소 늦추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에따라 올해 7조원으로 예정했던 메모리 부문 투자를 수천억원가량 축소키로 했다. 주 부사장은 "올해 메모리 투자를 7조원 정도 하기로 했는데 소폭 줄어들 것 같다"며 "메모리와 시스템LSI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투자가 7조원 정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LCD 분야의 감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상완 LCD총괄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시황에 따라 계절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는데 12월에 물량 조절폭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대규모 감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와 관련,주 부사장은 "IT 패널쪽의 경기가 안 좋아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올해 이상의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경쟁 업체보다 많은 투자를 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