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벤처 "지금은 생존 한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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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증시…말라붙은 창투사 돈줄
얼어붙은 증시…말라붙은 창투사 돈줄
"나중에 봅시다. "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창업투자회사를 찾은 온라인 여행사 K사장에게 돌아온 말이다. 작년 3월 창업한 그의 회사는 1년 반 만에 국내 여행정보사이트 6위(월 방문자 50만명)에 오를 정도로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창투사의 반응은 싸늘했다. 창투사 관계자는 "블로그 등을 활용한 특화 서비스로 수익 모델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하면서도 "국내외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어서 당분간 신규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팹리스업체인 M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02년부터 시스템 칩 개발에 주력해온 이 회사는 설비 확충 등을 위해 100억원가량의 필요 자금을 유치하려고 창투사 문을 두드렸지만 허사였다. 이 때문에 자금 여유가 있는 코스닥 상장기업과 합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최근 주가폭락으로 이마저도 무산됐다.
금융쇼크와 경기침체 여파로 돈줄이 마르면서 IT(정보기술) 벤처업체들의 돈가뭄이 한계 상황을 맞고 있다. 부도 위기에 내몰린 업체들도 한두 곳이 아니다.
◆꽁꽁 얼어붙은 자금줄
중소기업청이 집계한 국내 벤처캐피털의 지난 상반기 투자액은 437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4934억원)에 비해 11.3% 줄었다. 특히 IT벤처에 대한 투자액은 같은 기간 1731억원에서 1057억원으로 39%나 감소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 벤처캐피털들이 매분기 74억~78억달러를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창투사 네오플럭스의 맹수진 이사는 "주가 급락으로 투자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진데다 유망 IT벤처기업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나노 바이오 등 유망 벤처로 투자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벤처 펀드(모태펀드) 규모를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IT벤처기업에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미국발 금융쇼크까지 겹쳐 IT벤처 투자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주가가 나락으로 치달으면서 최근엔 창투사들이 투자 상담마저 포기한 상태다. 주식 상장을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온라인게임업체 드래곤플라이는 어렵사리 상장심사를 통과했지만 코스닥 주가 하락으로 공모가가 너무 낮아져 상장을 포기했다. 상장심사를 통과해 연말까지 상장해야 하는 엠게임도 주가가 곤두박질해 상장 철회 여부를 고민중이다. SK C&C,조이맥스 등의 IT기업들도 상장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노예계약'으로 급전 마련하기도
자금에 목마른 IT벤처기업들이 '노예계약'에 내몰리는 일도 빚어지고 있다. 인터넷 신생기업인 P사는 실적 달성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지분의 절반을 넘긴다는 각서를 쓰고서야 창투사로부터 어렵사리 투자를 받았다. IT업계의 한 사장은 "일부 창투사들은 투자조건으로 담보나 전환사채 발행을 요구한다"며 "투자가 아니라 마치 돈을 빌려주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기껏 투자를 받아도 온갖 조건이 달려 회사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자금줄이 마르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IT벤처기업들은 앞다퉈 서울 외곽으로 옮겨가고 있다. 서울 구로 일대의 G밸리에는 IT벤처의 진원지 테헤란밸리의 절반 밖에 안되는 낮은 임대료 덕분에 2~3년 새 1000여개의 벤처기업들이 몰려들었다.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에 따르면 정부 인증을 받은 신기술 IT벤처기업 숫자가 급감하고 있다. 2005년 7563개에서 2006년 6693개,2007년 5576개,올 상반기엔 4929로 줄었다. 수익모델 만으로는 벤처투자나 은행대출을 받기 어려운 것도 창업 열기를 꺾는 이유로 꼽힌다. 이금룡 코글로 사장은 "제조업종과 달리 IT기업은 사업 초기부터 눈에 띄는 매출을 내기 어렵다 보니 아이디어만으로는 창투사로부터 투자를 받기 어렵고 은행들은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기피한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나중에 봅시다. "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창업투자회사를 찾은 온라인 여행사 K사장에게 돌아온 말이다. 작년 3월 창업한 그의 회사는 1년 반 만에 국내 여행정보사이트 6위(월 방문자 50만명)에 오를 정도로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창투사의 반응은 싸늘했다. 창투사 관계자는 "블로그 등을 활용한 특화 서비스로 수익 모델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하면서도 "국내외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어서 당분간 신규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팹리스업체인 M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02년부터 시스템 칩 개발에 주력해온 이 회사는 설비 확충 등을 위해 100억원가량의 필요 자금을 유치하려고 창투사 문을 두드렸지만 허사였다. 이 때문에 자금 여유가 있는 코스닥 상장기업과 합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최근 주가폭락으로 이마저도 무산됐다.
금융쇼크와 경기침체 여파로 돈줄이 마르면서 IT(정보기술) 벤처업체들의 돈가뭄이 한계 상황을 맞고 있다. 부도 위기에 내몰린 업체들도 한두 곳이 아니다.
◆꽁꽁 얼어붙은 자금줄
중소기업청이 집계한 국내 벤처캐피털의 지난 상반기 투자액은 437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4934억원)에 비해 11.3% 줄었다. 특히 IT벤처에 대한 투자액은 같은 기간 1731억원에서 1057억원으로 39%나 감소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 벤처캐피털들이 매분기 74억~78억달러를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창투사 네오플럭스의 맹수진 이사는 "주가 급락으로 투자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진데다 유망 IT벤처기업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나노 바이오 등 유망 벤처로 투자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벤처 펀드(모태펀드) 규모를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IT벤처기업에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미국발 금융쇼크까지 겹쳐 IT벤처 투자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주가가 나락으로 치달으면서 최근엔 창투사들이 투자 상담마저 포기한 상태다. 주식 상장을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온라인게임업체 드래곤플라이는 어렵사리 상장심사를 통과했지만 코스닥 주가 하락으로 공모가가 너무 낮아져 상장을 포기했다. 상장심사를 통과해 연말까지 상장해야 하는 엠게임도 주가가 곤두박질해 상장 철회 여부를 고민중이다. SK C&C,조이맥스 등의 IT기업들도 상장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노예계약'으로 급전 마련하기도
자금에 목마른 IT벤처기업들이 '노예계약'에 내몰리는 일도 빚어지고 있다. 인터넷 신생기업인 P사는 실적 달성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지분의 절반을 넘긴다는 각서를 쓰고서야 창투사로부터 어렵사리 투자를 받았다. IT업계의 한 사장은 "일부 창투사들은 투자조건으로 담보나 전환사채 발행을 요구한다"며 "투자가 아니라 마치 돈을 빌려주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기껏 투자를 받아도 온갖 조건이 달려 회사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자금줄이 마르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IT벤처기업들은 앞다퉈 서울 외곽으로 옮겨가고 있다. 서울 구로 일대의 G밸리에는 IT벤처의 진원지 테헤란밸리의 절반 밖에 안되는 낮은 임대료 덕분에 2~3년 새 1000여개의 벤처기업들이 몰려들었다.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에 따르면 정부 인증을 받은 신기술 IT벤처기업 숫자가 급감하고 있다. 2005년 7563개에서 2006년 6693개,2007년 5576개,올 상반기엔 4929로 줄었다. 수익모델 만으로는 벤처투자나 은행대출을 받기 어려운 것도 창업 열기를 꺾는 이유로 꼽힌다. 이금룡 코글로 사장은 "제조업종과 달리 IT기업은 사업 초기부터 눈에 띄는 매출을 내기 어렵다 보니 아이디어만으로는 창투사로부터 투자를 받기 어렵고 은행들은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기피한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