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할부금리 급등에 내수 위축 등 4중고

매년 30% 이상 고성장을 지속해 온 수입자동차 업계도 금융 위기 및 환율 불안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주말 인천 영종도 하얏트리젠시 호텔에서 열린 '2008 수입자동차 시승회' 행사에서 수입차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결같이 '최악의 계절'을 맞고 있다고 호소했다.

안영석 크라이슬러 코리아 사장은 "월간 기준으로 올 10월처럼 힘든 경우는 처음"이라며 "올초만 해도 연간 5000대를 판매할 계획이었지만,목표 대비 80~90% 수준인 4300~4400대 판매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사장은 수입차 업계가 △원·달러,원·유로 등 환율 급등 △내수 소비심리 위축 △자동차 할부금리 급등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압력 등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은 "가장 큰 문제는 소비심리 냉각과 환율 급등이 미국 등 외부 환경 변화에 기인한 것이어서 자구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연말과 내년 초까지 신차를 적극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겠지만,시장 상황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일 것"이라고 걱정했다.

내년 전망이 더 암울하다는 지적도 잇따라 나왔다. 송승철 푸조 코리아 사장은 "환율 급등에다 오토할부 금리까지 뛰고 있어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게 불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정우영 혼다 코리아 사장은 "엔화 강세가 워낙 가팔라 차를 판매하기 위해 국내로 들여오기가 겁이 난다"며 "시장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내년 계획을 보수적,소극적으로 짜고 있다"고 전했다. 혼다 코리아는 지난달 말까지 총 1만255대(월평균 1139대)를 팔아 업계 처음으로 1만대 고지를 돌파했지만,연말까지 2000대를 추가 판매(월평균 약 700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수입차 업체들이 나홀로 호황을 누린다고 시샘을 받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며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것뿐만 아니라 수익성까지 악화되고 있어 업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